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큰 변수로 등장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은 한미 FTA와 대선후보 지지를 연계시키겠다고 응답했고 ‘경제 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이 본인과 다를 경우에도 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68.7%, ‘본인과 입장이 같은 후보만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7.8%로 조사됐다. 이처럼 단일 경제적 사안이 대선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한국리서치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선후보 지지별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에서 본인과 입장이 같은 후보만 지지하겠다는 응답(32.8%)이 가장 높았다. 반면 본인과 입장이 다를 경우에도 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지지자(74.2%)에서 가장 많았다. 또 대선후보 지지도의 경우 이 전 시장이 44.2%로 박 전 대표의 18.6%보다 25.6%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19일 SBS 조사와 비교할 때 이 전 시장은 3.5%포인트 상승한 반면 박 전 대표는 3.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한미 FTA 체결이 노 대통령은 물론 이 전 시장의 지지율도 동시에 올렸다는 뜻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지지도는 5.6%로 지난 조사 때보다 1.4%포인트 하락했고 다음으로 정동영 전 장관(4.2%), 강금실 전 장관(1.9%), 노회찬 의원(1.5%),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1.3%), 한명숙 전 총리(1.1%) 등의 순이었다. 천정배 의원(0.7%)과 김근태 의원(0.6%)은 1% 미만으로 떨어져 한미 FTA 협상 타결 저지를 위한 단식투쟁이 지지도 측면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한나라당이 45.3%로 가장 높았고 열린우리당 12.5%, 민주노동당 9.0%, 민주당 5.5%, 국민중심당 0.8%의 순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는 25.0%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조사와 비교해서는 한나라당 지지도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2.5%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한미 FTA 협상 타결이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에서는 큰 폭의 상승을 가져왔으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협상 체결 과정에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