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보호", EU "경쟁사 고려"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하니웰의 합병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이를 반대했다.
미 법무부가 승인한 두 기업의 합병을 EU 집행위원회가 나서 반대하는 이유는 사실상 양국간 통상 마찰, 즉 미국에 대한 EU측의 무역 보복조치의 결과란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에 대해 EU와 미국의 서로 다른 반독점법 체계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인수ㆍ합병을 사실상 수수방관해 왔다.
그러나 유럽시장이 통합되자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반독점법을 철저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EU 반독점법은 대부분 미국의 관련법을 참고로 했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반독점법에는 많은 차이가 생겼다.
학자들은 우선 미국 반독점법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 반면 유럽 반독점법의 주 목적은 단일 유럽시장의 공정성 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는 모든 기업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EU는 소비자들 뿐 아니라 인수합병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경쟁 기업들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유럽에서는 경쟁 기업들이 강력히 반대해 인수 계획을 무산시키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대학 법대의 엘리노어 폭스 교수는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경쟁 업체들이 불평하면 소비자에게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럽 고유의 또 다른 반독점법 이론은 '포트폴리오 파워'론이다. 이 이론은 기업들이 인수ㆍ합병으로 더욱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게 되며, 이는 경쟁 업체들을 위협하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고 보는 것. 반면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인수ㆍ합병이 장려되고 있다. 기업간 합병이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효율성을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EU의 현행 반독점법은 미국의 거대 기업들만을 타깃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EU 집행위는 지난 97년 영국의 양대 양조회사인 기니스와 그랜드 메트로폴리탄이 합병해 세계 최대의 양조사로 탄생할 때도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대한 사례가 있다.
양국의 이 같은 법 차이와 관련 미국의 경제 전문 비즈니스위크지 최신호는 미국-EU간 반독점 논쟁이 앞으로도 사안별로 새로운 쟁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노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