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뉴미디어 시대의 조류는 '짝짓기'

IPTV에서 볼 수 있듯 시장, 사업영역, 네트워크간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뉴미디어 환경에서 서로 다른 기업들간의 `짝짓기'가 하나의 시대 조류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예 기업 결합을 하거나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가 하면 사업자간의 연맹이나 연합 형태로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경쟁구도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뉴미디어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미흡해 미국과 같은 기업 결합의 형태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서로 다른 기업들간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뉴미디어 시장= 지난 10월 12일 미국 애플사는 언제 어디서나 들고다니면서 TV 드라마와 영화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휴대용 `비디오 아이팟(Video iPod)'을 선보이며 월트디즈니와의 공조를 선언했다. 애플이 월트디즈니 계열 TV네트워크인 ABC방송의 인기 TV물인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과 `로스트(Lost)' 등을 비디오 아이팟용으로 제공한다는 것. 애플은 이에 따라 향후 비디오 콘텐츠 유통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고 디즈니는 시대와 기술발전의 흐름에 가장 먼저 호응, 시장을 선점할 수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애플-디즈니 협력선언에 곧바로 CBS는 미국 최대 케이블TV 방송사업자인 캠캐스트, NBC는 미국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렉TV와의 협력을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협력사업을 실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CBS는 `과학수사대'로 알려진 인기 프로그램 `CSI' 등 4개 프로그램을 캠케스트케이블TV 시청자에게 편당 99센트에 제공하고 NBC는 디렉TV가입자들이 `법과 질서(Law&Order)를 비롯 유명 프로그램을 개인 녹화기(DVR)에 다운로드 받게한다는 것. 정규 방송시간에는 예정대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시간이 흐른뒤 그 프로그램을돈을 받고 시청자들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한다는 것이 사업모델. 지난 3일에는 휴대전화와 케이블TV방송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짝짓기도 선보였다.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스프린트 넥스텔은 미국 주요 CATV사업자인 캠케스트,타임 워너 케이블, 콕스 커뮤니케이션, 어드벤스 뉴하우스 등 4개 사업자와 손잡고2억달러짜리 공동 출자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와 케이블TV의 결합상품이 등장한 셈. 사업 모델은 약 4천600만명인 스프린트 가입자를 대상으로 케이블TV를 보급하고스프린트는 약 4천100만 가구의 4개 케이블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동전화를 판매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인터넷과 TV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야후와 미국 TiVo사의 결합이 발표됐다. TiVo사는 수십 개 방송채널의 프로그램 편성정보를 기반으로 시청자가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손쉽게 녹화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와 기기(DVR)을 판매하는회사로 현재 약 36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야후-TiVo 결합의 서비스가 실시되면 앞으로 TiVo가입자들은 TV를 시청하다 야후 사이트에 접속해 뉴스와 사진, 기상정보를 조회하든지 주문형으로 영화를 감상할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9일 세계적 뉴스통신사인 AP와 손잡고 내년 1분기부터 멀티미디어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MS는 기술과 동영상 플레이어, 광고를 맡고 AP는 매일 50편 이상의 비디오 뉴스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기로 했다. 수익 모델은 약 1분길이의 동영상 뉴스 콘텐츠를 보기 전에 15-30초 가량의 동영상 광고를 보도록 하는 것. MS-AP 조합은 이 동영상 콘텐츠를 미국 전역의 3천500개 신문사와 방송사에 공짜로 제공할 예정이다. MS는 또 자사의 미디어 센터 PC에서 HD(고화질)급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수신할수 있도록 미국 케이블TV협회의 케이블랩스(CableLabs)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PC업체들은 HD 디지털 방송 수신용 `케이블카드'를 장착하는 슬롯을 제공하게 되며 이 카드를 장착하면 별도의 셋톱박스가 필요없다. ◇한국의 뉴미디어 시장= 국내에서는 아직 뚜렷한 기업간 결합형태는 출현하지않고 있으나 앞으로 법적 제도적 보완이 뒤따른다면 미국의 합종연횡과 비슷한 사례가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달 1일 첫 전파를 쏘게될 지상파DMB(이동 멀티미디어방송)의 경우 SBS컨소시엄에 통신업체인 LG텔레콤이 데이터방송 사업자 자격을, 케이블과 위성TV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는 CJ미디어는 KBSB의 음악전문 라디오채널을 확보한 상태다. LG텔레콤은 아직 방송 준비가 덜 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으나 기간통신사업자가방송법상 방송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얻어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LG텔레콤이 제1호이다. 최근에 KBS가 네이버에 제한된 수량이지만 동영상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든지SK텔레콤이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에 꼭 필요한 DMC(디지털미디어센터)사업에 뛰어들려고 했던 사실들은 향후 기업간 짝짓기의 필요성을 감지하게 한다. 미국의 예처럼 무선망과 유선망의 필요성을 서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SK텔레콤과 케이블TV방송사업자간의 결합, 포털업체와 PMP,MP3와 같은 멀티미디어 기기업체간의 제휴 등도 실현 가능한 조합의 하나가 될 수 도 있다. 지상파DMB 방송이 내달에 실시되고 내년에 휴대인터넷(와이브로),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등이 본격화되면서 어떤 형태의 합종연횡이 전개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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