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프트웨어'에 약한 서울시

요즘 서울 시민들의 심기가 부쩍 불편하다. 그간 별 탈 없이 잘 써오던 몇몇 카드사의 후불제 교통카드가 발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교통카드 발급에 따른 적정 수수료를 둘러싸고 지난해 말부터 촉발된 한국스마트카드(KSCC)와 카드사들간 진흙탕 싸움 탓이다. 최근에는 2006 독일월드컵 거리응원의 전초기지가 될 서울광장 사용권을 특정 기업들이 독점적으로 획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련의 이 같은 어수선함 속에서 자연스레 “도대체 서울시는 뭘 하고 있느냐”며 시를 질책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서울시는 심각한 ‘소프트웨어’의 위기를 맞고 있다. 후불제 교통카드는 지난 2004년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편을 통해 ‘교통혁명’이라 불릴 만큼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왔다. 편의성과 정시성 면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완성도 높은 교통 ‘하드웨어’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제 버스를 타도 약속을 지킬 수 있습니다’는 시 홍보문구처럼 말이다. 그러나 능력은 딱 여기까지였다. 막상 후불제 교통카드 수수료 분쟁이 촉발되자 시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민간기업끼리의 협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했다. 신속한 협상 중재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후속책 마련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시는 이처럼 심각한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를 드러냈다. 서울광장 논란도 마찬가지다. 근사하게 만들기만 했지 서울광장을 통해 시민편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경영 마인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되레 특정 기업을 선정, 시가 책임질 소프트웨어적 요소들을 과감히 떠넘긴 것이다. 새 생명을 얻은 청계천에서 대표되듯 그간 서울시는 시민 편의를 위한 적잖은 물적 인프라(하드웨어)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최근 터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 속에서 시는 연일 심각한 관리능력(소프트웨어)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저기 일을 벌리기에 앞서 그간 구축한 하드웨어들을 더욱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섬세함이 절실한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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