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反美감정 이용하려는 한심한 정치권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을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무분별하게 반미(反美)운동과 결부시키려는 움직임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4당 원내대표단이 오라는 사람도 없는데 정부의 자제 요청을 뿌리치고 미국을 방문하고 일부 시민단체는 미국에 탈레반의 수감자 교환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는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악화시키고 한미관계를 해칠 우려마저 있다. 납치사건이 장기화되면서 가족은 물론 국민도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는 신중히 처신하고 뜻을 모아야 하는데 반대로 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어디까지나 아프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아프간 정부가 당사국이고 한국은 피해국이다. 탈레반의 노림대로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느 면에서 사태해결을 더 복잡하고 꼬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권주자마저 이런 때 반미성향을 보이는 것이 표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만날 약속도 없이 허겁지겁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4당 원내대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단체로 몰려가 데모하듯 떼를 쓰고 방송에 출연해 목소리를 높여 주장하는 외교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오죽하면 피랍자 가족이 “반미운동과 가족 입장이 같은 것으로 묶일까 봐 걱정된다”고 했겠는가. 무엇보다 뜻을 모아 정부의 구출외교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권주자나 시민단체는 말 한마디나 행동을 할 때마다 피랍자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표를 얻거나 반미활동의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사건을 호도하는 것은 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테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단호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반미운동을 한다고 해서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무리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협조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뼈가 발견돼 검역이 중단된 것이 이번 사태를 반미운동과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절대로 이번 납치사건을 정치적 목적의 반미운동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