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장품 업계/유통질서 혁신 외제파고에 맞선다

◎다단계판매점 제휴·정가브랜드 확대/품질·디자인분야 연구개발에도 박차□외제화장품 요지경 국산CF모델도 외제 애용 상반기수입 1억3천만불 수출액의 10배 육박 백화점 매출비중 국산 3배 압구정·신촌 등 전문점 성업 중간·소매상마진 엄청나 90불짜리 30만원 둔갑도 납·산도함량 부적합 속출 안전성에도 문제 국내 화장품업계가 최근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씨만큼이나 불황으로 잔뜩 움츠려 있다. 지난 93년까지만도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연평균 20%의 고성장을 구가하며 황금시장으로 비유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너무 빨리 시장이 냉각된 것을 실감하게 된다. 화장품업계가 지난 94년 하반기 이후 장기적인 불황에 빠지기까지에는 신수요 정체라는 다소 불가피한 상황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수경쟁심화에 따른 유통질서 혼란 등 제살깎아 먹기식의 경쟁과 외제화장품의 국내시장 잠식이 주요 원인이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심화되고 있는 외제화장품의 국내시장 잠식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정도의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게 업계 자체의 진단이다. 실제로 화장품공업협회(회장 유상옥)가 집계한 지난 상반기 화장품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1천5백56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 늘어난 반면, 수입은 1억3천3백45만달러로 무려 56.5%나 증가했다. 이같은 수출입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3천만달러 수준에 머무는 반면 수입은 2억5천만달러를 상회, 멀지않아 외제화장품 수입 3억달러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해있다. 이처럼 최근들어 외제화장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뉴스킨, 암웨이 등 다국적 다단계업체들이 국내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수입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시장에 처녀 진출한 뉴스킨은 지난 상반기중 1천6백33만달러의 수입실적을 기록했으며, 암웨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천4백6만달러의 제품을 수입해 각각 수입실적 1, 2위를 차지했다. 외제화장품 수입이 급증한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국내에서 장사가 잘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외제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그리고 백화점을 필두로 한 국내 유통업계의 지나친 선호탓이지 제품자체의 품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수입화장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1·4분기까지 납함량 및 산도(ph)함량 부적합 등 내용량 부적합으로 수입정지, 반품, 폐기처분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제품은 모두 2백20여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수준미달 외제화장품도 물건너 왔다는 이유만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수준미달의 외제화장품도 불티나듯 판매되기 까지에는 일부 여성연예인 및 여성잡지가 한 몫하고 있다. 최근 업계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반 여성연예인은 거의 외제화장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산화장품 CF에 출연하는 여성연예인조차 라미화장품의 끄레앙 모델인 김희선양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제화장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나 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여성잡지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보그(VOGUE), 위드(With) 등의 외국잡지는 물론 국내 여성잡지 조차도 주로 외제화장품 홍보기사에 치중, 결과적으로 광고비는 국내업체가 지불하고 홍보효과는 외제화장품이 보는 얄궂은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이같이 여성연예인과 여성잡지가 외제화장품 선호의식을 확산시키는 매개역할을 한다면 백화점은 고마진을 쫓아 외제화장품의 국내시장 잠식에 앞장서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외제화장품의 마진폭은 유통경로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소매업자에게 평균 20∼30%의 높은 마진을 챙겨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고가제품의 경우는 백화점에 35%의 마진을 안겨주며 비용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실제로 라프레리 브랜드의 경우 CIF(운임 보험료 포함 가격)가 1백48달러인 제품이 지난 6월 기준으로 32만원에 팔리고 있으며, 시슬리 브랜드의 경우는 90.4달러인 제품이 30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같은 마진폭도 사실은 정부에서 행정지도하고 있는 상황의 것이어서 노출되지 않은 유통경로의 외제화장품 가격은 부르는게 값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외제화장품 선호는 곧바로 국산제품 푸대접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상반기 전국 85개 백화점에서의 외제화장품과 국산화장품의 매출비중은 무려 75대 25에 이르고 있으며, 거의 모든 백화점 노른자위 매장은 외제화장품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들어서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전문점에서도 외제화장품이 국산화장품보다 더 좋은 위치에 진열되는 것은 물론이고, 점포 전면에는 예외없이 외제화장품이 일색을 이루고 있다. 특히 압구정동, 신촌등지의 전문점중에는 아예 외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외제화장품 전문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외제화장품에 대응키위해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일부업체들은 최근 다단계 판매에 노하우가 있는 유통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가 하면 정가브랜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가격질서 회복에도 나서는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외제화장품과의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업계는 이같은 자구노력이 효력을 보기위해서는 반드시 소비자및 유통업계의 인식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시각도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업계 스스로가 품질제고는 물론 가격질서 정상화를 통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화장품업계 활로찾기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게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정구형> ◎인터뷰/유상옥 화장품공업협회장/최종판매상에 가격결정권 줘야/화장품관련법 제정 “발등의 불” 『최근 국내 화장품업계는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과 밀어내기식 판매전략으로 유통질서 문란은 물론 가격체제의 붕괴 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외제화장품에 대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오픈프라이스제를 도입,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선무입니다.』 유상옥 화장품공업협회장(63)은 최근 화장품업계 불황의 근본적 원인이 업체간 과당경쟁과 이로인한 제살깎아 먹기식의 가격질서 문란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처방을 제시했다. ­오픈프라이스(Open Price)제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제조업자가 화장품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판매업자가 직접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기존 권장소비자가제에 비해 무엇이 다른가. ▲최종 판매업자가 경쟁에 의한 실제 판매가격을 표시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증대시킬 수 있으며, 최종 판매업자의 자율적인 표기를 유도할 경우 현행과 같은 상시할인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자가 회사나 상품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실제 판매가 보다 턱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해 할인을 일삼는 그동안의 관행을 시정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가격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재로 혼란을 겪는 등 문제점도 있어 보이는데. ▲물론 그같은 경우를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 화장품에 대한 권장소비자가제가 소비자들로부터 적정 화장품가격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왔으며, 이같은 불신이 결국 상시할인 등의 가격질서 문란은 물론 상대적으로 외제화장품에 대한 선호를 부추겨 왔다는 점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 화장품 관련법은 모두 약사법에 속해 있어 법개정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차제에 화장품업계의 오랜 숙원인 별도의 화장품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화장품광고비는 높은 반면 연구개발비는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 ▲소수의 업체들이 연구소를 보유해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과 연계된 기술개발 등 다각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국내화장품이 백화점코너에서 밀리고 있는등 외제화장품에 급속히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인식이 잘못돼 있다. 가격이 싼 화장품은 품질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과 외제화장품은 고가더라도 사야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문제다. 소비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때이다.<서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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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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