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헤지펀드들 "미래암울" 한탄

【뉴욕=김인영 특파원】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투기 행각을 벌이던 미국의 헤지 펀드들이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펀드 매니저들이 모여 총회를 열었지만, 헤지 펀드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결론을 냈다.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경영위기에 이어 「엘링턴 캐피털 매니지먼트」라는 헤지 펀드도 부도 직전에 몰려 있다. 지난 12일 카리브해상 버뮤다섬에서 열린 헤지 펀드 총회에서 타이거 펀드의 줄리안 로버트슨 회장은 『국제 금융시장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여건이 금새 좋아질 것같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로버트슨은 퀀텀 펀드의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 펀드계의 쌍벽을 이루는 인물. 헤지 펀드 전문지인 「헤지/MAR」의 후원으로 열린 이날 총회는 900명의 펀드 매니저들이 강당을 빼곡히 메웠으며, 뉴욕의 딜링 룸에도 화상으로 생중계됐다. 로버트슨은 『나 스스로가 15개 타구중 한번도 못친 타자』라며, 『우리는 험난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200억달러의 자산을 운영하는 타이거 펀드는 지난 8월 러시아 위기에서 6억달러를 날린데 이어 지난 7일 엔화 폭등으로 20억달러를 손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슨은 헤지펀드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 『지나친 규제는 나쁘지만, 과도한 부채에 대한 일정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다른 참석자들은 『LTCM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헤지 펀드들이 도매금으로 손가락질 당하고 있다』며 투덜거렸다. 한편 LTCM 위기로 겁에 질린 미국의 은행들이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는 바람에 엘링턴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파산을 피하기 위해 최근 수억달러의 자산을 투매했다. 엘링턴 펀드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재무부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반대의 방향에 섰다가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 소식통들은 엘링턴 펀드의 손실이 5억~15억 달러에 이르며, 10억달러의 자산을 잠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엘링턴 펀드의 매니저 마이클 브라노스씨는 LTCM의 매니저 존 메리웨더씨와 함께 월가의 전설적인 채권 전문가. 두 펀드의 경영 위기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더이상 헤지펀드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로버트슨은 『지금은 헤지펀드 산업이 쑥대밭이지만, 앞으로 10년 또는 20년후엔 다시 강해질 것』이라며 동료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총회를 마감했다. <<'트루먼쇼' 16일 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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