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잣대는 사람입니다. 기술의 가치는 기본이겠죠』최근 세계적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으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정수홍(鄭守洪) 피케이 사장은 외국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준 게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피케이는 아남그룹 계열의 반도체 생산용 포토마스크 제조업체. 지난 95년말에 법인으로 출발해 매년 흑자를 내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대비 2배늘어난 25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홍콩상하이은행 계열의 HPEM사로부터 유치한 외자는 179억원. 피케이는 홍콩상하이은행이 국내에 투자한 첫 기업이라는 영예(?)도 갖게 됐다.
홍콩상하이은행과의 협상을 본격시작한 것은 지난 6월부터. 물론 지난 2월부터 외화를 유치할 준비를 착실하게 해 왔던게 바탕이 됐다.
피케이는 84억원의 자본금을 110억원으로 증자하면서 HPEM사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HPEM사는 액면가 5,000원인 피케이 주식을 주당 2만6,500원정도에 사들였다. 프리미엄을 5배이상 준 셈. 경기침체기임에도 피케이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사 준 것이다.
『홍콩상하이은행은 이번 투자로 지분 30%를 보유한 1대 주주가 됐습니다. 그러나 순수 투자목적의 투자이기 때문에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鄭사장은 유치된 돈을 내년에 모두 장비구입등에 투자할 생각이다.
『포토마스크장비는 한 대에 800만달러가 넘는 것이 있을 정도로 고가입니다. 내년에는 액정화면(LCD)용 포토마스크 장비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습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3년후의 사업구상까지 그려져 있다. 鄭사장은 3년이내에 지금의 매출 수준을 600억원으로 늘리고 같은 기간내에 피케이를 상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여건이 호전되지 않으면 미국 나스닥(NASDAQ)상장도 적극 고려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경북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鄭사장은 포토마스크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 아남그룹에 합류하기 전 국내 대기업과 외국기업에서 포토마스크사업을 주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다른 회사에 근무할 당시인 93년 김주진(金柱津)아남그룹회장이 불러 아남에 합류했다.
鄭사장은 金회장의 빠른 판단과 안목 덕택에 이번 외자유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아남그룹으로선 84억원을 투자해 이번 외자유치로만 18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피케이는 투자와 경영이 분리된 새로운 모델로 제시됐습니다』
鄭사장은 홍콩상하이은행을 비롯한 대주주들로부터 경영을 일임받고 자신을 비롯한 몇 명의 핵심멤버들이 스톡 옵션(STOCK OPTION)을 받았다고 귀띔했다.【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