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런조이닷컴 운영 이홍열 씨

2시간15분 벽 깬 선수 출신 마라톤 전도사로 분주


“마침내 마의 2시간 15분 벽이 깨졌습니다!” 지난 1984년 3월, 동아마라톤대회. 당시 23세였던 신예 마라토너 이홍열(46)이 일을 냈다. 한국 마라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쓴 것이다. ‘마의 2시간 15분 벽’에 막혀있던 한국 마라톤계의 숙원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기록은 2시간 14분 59초. 단 1초를 앞당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한국 마라톤에 새 빛을 비추는 ‘1초’였다. 대한민국 마라톤 역사의 새 장을 연 주인공, 이홍열. 그는 여전히 이 땅에 마라톤을 전도하느라 바쁘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마라톤 전문 사이트 런조이닷컴(www.runjoy.com)을 운영한다. 각종 스포츠 채널에서 마라톤 해설을 하랴, 경희대에서 강의하랴, 그리고 마라톤 동호회에서 회원들을 가르치랴, 정말이지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 그가 또 한번 일을 냈다. 마라톤 선수 출신으로는 국내 최초로 박사 학위를 따낸 것이다. 그가 공부하기로 결심을 한 것은 지난 2000년. KBS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패널로 출연했었다. 당시 의사 패널도 있었지만, 누가 봐도 그의 대답이 뛰어났다. 당시 그의 신분은 가수였다. 그것도 1996년 데뷔한 5년차 ‘중견’ 가수였다. 당시 그 프로그램의 담당 PD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 가수 하지 마라. 공부를 해서 마라톤 전도사가 돼라. 당신만큼 운동 처방 잘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 말을 듣고 그는 결심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국가대표 경력만 10년인 그였다.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가수가 됐어도 제 타이틀은 항상 ‘전 마라토너’였어요. 현재 직함은 없었죠. 전문인이 되기로 결심했죠. 박사가 되기로요.” 그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RPE13에 의한 12분간 보행 테스트의 타당성’. 논문 제목만 보면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RPE(Ratings of Perceived Exertion)란 주관적 운동 강도를 뜻한다. RPE13은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의 운동 강도다. 그는 “RPE13 수준, 그러니까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달리기를 시작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욕을 부리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수준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강도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죠. 반대로 너무 약한 강도로 운동을 하면 운동 효과를 볼 수 없고요.” 마라톤 완주를 꿈꾸고 달리기에 입문했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수준에 맞게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마라톤 완주를 꿈꾼다고요? 그렇다면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제대로 배워야지요.” 그가 가장 아쉬워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포츠 센터나 피트니스 클럽에 가보면 웨이트 트레이너들은 넘쳐나는데 달리는 방법이나 자세를 가르쳐주는 달리기 전문 트레이너는 없어요. 달리기도 다른 운동처럼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하는데 말이죠.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된 자세를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그가 행동에 나섰다. 이번 가을 학기에 경희대 체육대학원에서 ‘러닝CEO’ 과정 주임교수를 맡아 달리기 전문 강사들을 길러내는 일에 한창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는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마라톤 교실을 운영하며 몸소 달리기를 가르친다. 마라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이홍열 박사를 비롯해 다수의 전직 국가 대표 선수들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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