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연모(26)씨는 올해 학원강사로 취업했다. 연씨는 이미 모 제약회사 영업직에도 합격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강남의 한 대형학원에 들어갔다. 주변에서는 소위 명문대를 나온 연씨의 결정을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씨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직종을 택하기보다는 대학 4년 동안 배운 전공을 써먹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학원강사를 ‘최선의 선택’으로 찾는 고학력 졸업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취업시장에서 ‘찬밥’ 대접을 받고 있는 인문계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학원강사의 노동강도가 세기는 하지만 회사생활과 달리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전문성을 개발해 젊었을 때 고소득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달 초 한양대ㆍ중앙대 등 서울의 5개 대학교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학원강사 취업설명회’도 열렸다. 학원강사 채용포털 훈장마을이 개최한 이 취업설명회에는 총 4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렸다. 훈장마을의 한 관계자는 “학원강사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아직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최근에는 학원강사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고 구인ㆍ구직도 점차 양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원의 대형화와 맞물려 학원강사 지망생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열악한 근로조건’도 개선되고 있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들에서는 4대보험ㆍ퇴직금ㆍ보너스는 물론 연차ㆍ월차에 생리수당까지 챙겨준다. 기업처럼 신입사원 연수를 실시하는 곳까지 생겼다. 무엇보다 단기간에 고액연봉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졸업생들을 유혹한다. 학원마다 차이가 크지만 1년차 학원강사의 평균 월급은 초등 전임이 100만~150만원, 중등 전임이 150만~250만원, 고등 전임이 200만~3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입소문만 나면 연차는 크게 상관없다. 올해 5년차 학원강사인 방모(35)씨의 경우 한달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만진다. 학원 월급이 600만~700만원, 출강 및 개인 교습을 통해 400만원이 넘는 돈을 번다. 방씨는 “학원강사는 실력뿐만 아니라 쇼맨십도 갖춰야 한다”며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강의법을 개발해 학생들만 따르게 하면 고액연봉도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학원을 ‘정류장’이 아닌 ‘목적지’로 여기는 사람들이 강사로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할 게 없어서 오기보다는 하고 싶어서 와야 한다는 얘기다. 정주창 종로엠학원 원장은 “돈을 많이 벌어 떠날 생각만 하기보다는 선생님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프로정신을 갖춘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