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리안 컨센서스/양수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로터리)

개발도상국이 추진해야할 경제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관해서는 경제학자들간에 뚜렷한 합의가 존재하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 앞부분을 미국의 존 윌리엄스 박사는 워싱턴합의사항(Washington Consensus)이라고 부르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재정의 건전성 유지, 정치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고려에 입각한 재정운영, 과세기반의 확대와 한계세율의 인하를 위한 세제개혁, 금융의 자율화, 환율의 탄력적 운영, 무역자유화, 국영기업체의 민영화, 시장진입 및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의 철폐, 외국인기업에 대한 진입규제와 차별대우의 폐지, 재산권의 확립 등이다.거듭되는 논쟁에도 불구하고 학자들간에 합의가 모아지지 않는 쟁점들도 많다. 무역자유화의 적정 속도, 자본이동 자유화의 타당성, 경상수지 목표관리의 정당성, 경제안정시책의 강도, 경기변동에 대한 미세조정의 가능성, 임금동결 등 소득정책의 효율성, 산업정책의 역할, 적정담세율, 소득재분배의 적정 폭, 시장경제의 바람직한 모델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우리의 경제운영 목표를 워싱턴 합의사항과 비교해보면 상치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중 몇가지는 우리가 벌써 수년내지 십수년째 표방해오고 있으나 그 시현을 위해서는 아직까지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자율화, 국영기업 민영화, 경쟁제한적 규제의 철폐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정책의 실천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항들을 점검해보면 그때그때의 정치적 경제적 여건 및 경제정책팀의 철학과 전략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 내용들이라고 하겠다. 이들과 관련하여 지금 우리의 여건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정책 및 방향은 금리수준 인하를 위한 자본이동 자유화 폭의 지속적 확대,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한 경상수지 적자의 대폭적 축소, 규제완화와 경쟁제고를 통한 유연한 시장경제의 창출, 경기 미세조정의 지양 등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도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정책과제의 실천력이다. 실천력과 관련시켜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합의되어 있다. 즉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 신정부의 출범, 정치지도자의 뚜렷한 비전, 경제장관들의 호응, 경제관료들의 시장경제이론 신봉. 이러한 것들이 충족될수록 경제개혁의 효과적 추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들을 다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추진되고 있는 경제개혁에 대해서 낙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리한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만이 우리의 선택인 것은 분명하며 이런 면에서 가장 크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 코리안 컨센서스, 즉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공통된 위기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련기사



양수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