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선진화사업’ 정책과 관련해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가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찬반양론이 뜨겁다. 이 시점에서 선진 외국의 사례는 올바른 방향설정을 위해 많은 시사점들을 던져주고 있다.
영국은 지난 48년에 모든 의료가 무료인 국가보건의료시스템을 도입했는데 2003년 전체 국민의 11.2%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가입률은 2000년 이래로 계속 하락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의 민간의료보험시장 규모는 2005년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정기택 경희대 교수), 이는 건강보험료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이다.
스웨덴의 의료보장 시스템은 보장성이 매우 높아 민간의료보험 논의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다.
독일은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을 도입, 일정 소득 이상자인 사람만 민간의료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가입비율이 7%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30대 중증질환, 분만, 입원 등은 공보험에서 100% 처리해주지만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돼 의료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태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튼튼한 공보험의 틀 속에서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즉, 민간의료보험은 극히 보조적인 부분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으로 인해 공보험이 침해당하지는 않는다.
민간의료보험이 가장 활성화된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장제도가 없는 나라이며 2001년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 규모 14.2%(영국 7.7%, 독일 10.8%, 스웨덴 8.9%)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나타나는 건강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해 있다.
우리의 의료보장 수준은 대부분의 선진국들과 일본ㆍ대만 등의 보장성 80% 이상에 비해 아직 60%선 정도이다. 즉, 의료의 공공성 기반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우리가 취약한 공보험 상태에서 민간보험을 도입한다면 소득의 양극화에 이어 의료의 양극화로 계층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없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보여주는 교훈과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