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총리?16~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시라크 대통령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요청을 받아 회담 둘째날인 17일 독일 정부를 공식 대표하게 된다고 정부 관리가 14일 밝혔다.
독일 대표로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슈뢰더 총리와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17일 베를린 의회에서 열리는 정부의 노동개혁 법안 표결과 관련해 16일 조기 귀국할 예정이다.
한 나라 정상이 국내 일정상 다자간 회담에 불참할 경우 각료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나, 이처럼 다른 국가 정상에게 자국의 이익을 맡기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독일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전례가 없는 이런 일은 독일과 프랑스가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슈뢰더 총리의 요청을 쾌히 승낙하면서 “17일 마지막날 회담 때 독일 정부가 할 이야기가 있다면 독일 국민을 대신해서 이를 제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일간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내년 5월 10개국이 추가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과 관련, EU 헌법 초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소식통들은 유럽 대륙의 두 강국이 확대되는 유럽에서도 양 축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 맞아 떨어져 이 같은 끈끈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독일은 1월 양국 우호협력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EU확대 세계화 국제분쟁 등에서 유럽의 `무게중심`이 될 것을 다짐하며 획기적이면서 다양한 양국 협력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이라크전 반전을 함께 주도했고, 재정적자를 제한하는 EU 성장안정협약도 유연하게 해석할 것을 요구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마치 한 국가처럼 목소리를 맞춰왔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