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승리의 열쇠 德이냐 殺이냐

승리의 열쇠 德이냐 殺이냐 日센고쿠시대 두 영웅 다룬 책 나란히 출간 "적을 베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16~17세기 일본 센고쿠(戰國)시대는 살벌했다. 목숨을 건 전쟁터에선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았고, 일순간의 방심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 시대 상반된 처세로 일대를 풍미했던 두 영웅이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살(殺)보다는 덕(德)을 앞세워 전쟁을 종식시키고 천하를 석권했으며, 당대 최고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단호한 살인검법을 내세워 불패의 신화를 만들었다. 이들의 삶과 사상이 크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대 기업인들에게 본받을 만한 경영철학으로, 직장인들에게는 처세술로 크게 각광을 받아왔다.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전32권ㆍ야마오카 소하치 지음ㆍ솔 펴냄)는 일본에서 1억부 이상의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으며, '미야모토 무사시의 전략경영'(안수경 옮김ㆍ사과나무 펴냄)은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경영부분에서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고수하고 있다. 두 영웅의 사상과 행적이 수 백년을 뛰어넘은 오늘의 한국인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 도쿠가와 이에야스 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솔 펴냄 "남을 죽이면 나도 죽임을 당한다. 남을 살리면 나는 삶을 얻는다."(도쿠가와 이에야스) 이렇게 유약한 마음으로 어떻게 센고쿠의 피비린내 나는 혼돈을 평정하고 천하를 통일할수 있었을까.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 미카와 오카자키 성주의 아들로 태어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군웅할거의 소용돌이 속에서 천하를 손에 넣고 에도 바쿠후의 기초를 다지기까지의 역사를 그리면서, 도쿠가와의 '덕' 사상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힘을 발휘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쿠가와의 미카와 가문은 센고쿠의 거대 가문들의 틈바구니에서 형극의 길을 걸어야 했다. 두쿠가와는 여섯 살 때 인질로 잡여가 고난을 당했으며, 장성해서는 오다 노부나가의 강요로 자신의 맏아들까지 죽여야 했다. 또한 유부녀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여동생을 정실부인으로 맞아들이는 수모까지 감수했다. 이런 과정에서 도쿠가와는 '참고 기다리는' 처세를 몸에 익혔다. 온갖 굴욕에도 불구하고 가벼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준비하면서 천하통일의 길을 닦은 것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야마오카 소하치(1907~1978)의 역작으로 1950년 3월부터 1967년 4월까지 일본의 몇몇 신문에 동시 연재되면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고, 단행본 판매만도 1억부를 훨씬 웃도는 일본 최대의 베스트셀러이다. "훌륭한 부하를 데리고 있으려면 자신의 몫을 줄여서라도 부하에게 배고프다는 생각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등의 도쿠가와의 조직운용 철학이 전후 경제복구기에 있었던 일본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커다란 힘이 되었다. 이번 국내에 번역출간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내년 5월까지 전32권(원작은 26권)으로 나올 예정. 번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오에 겐자부로의 '사육' 등을 우리말로 옮긴 이길진씨가 맡았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전략경영 미야모토 무사시 지음 안수경 옮김 사과나무 펴냄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가 남긴 병법에 관한 책, '오륜서(五輪書)'가 '미야모토 무사시의 전략경영'(안수경 옮김ㆍ사과나무 펴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1584년 태어나 사무라이로서 한 평생을 살았던 인물. 뛰어난 화가이며 숙련된 조각가로 알려지기도 한 그는 많은 일본인들이 마음 속에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결투에 나선 무사의 몸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적을 죽이고 내가 사는 방법론이다. "누구나 적과 싸울 때 이놈은 약하게 베어주자. 이놈은 강하게 베어주자 구별해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지 사람을 베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지, 강하다고도 약하다고도 생각지 않는 것이다. 오직 적을 죽이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60여 차례의 대결에서 단 한차례도 진 적이 없다는 검객 미야모토는 이렇게 '적을 죽인다'는 일념으로 살아남았다. 불패의 화신이 지은 '불패 교과서'인 이 책은 현지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경영부분 최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현대인들은 350년전 미야모토의 '살(殺) 철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고 믿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야모토가 표현하는 '적'을 '경쟁자' 또는 '목표'로, '적을 벤다'를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로 바꿔놓고 보면, 목표를 이루고 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처세술을 얻게될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든 허물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 많은 수의 싸움에서 적이 허물어지는 타이밍을 알고 그 순간을 포착하여 추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약점을 발견하면, 주저하지 말고 치고 들어가라는 비정한 권고이다. 현대인들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람을 베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지만, 미야모토는 허망한 것에 연연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평생 여인을 탐하지도 않았으며, 머리를 산발하고, 목욕도 하지않고, 세상을 낭인으로 떠돌았다. 아무런 집착도 없이. 입력시간 2000/11/28 17:2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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