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휴대폰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까.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최고 지도자들과 각료, 기자단들에게 제공되는 '휴대인터넷(WiBro)'과 '위성DMB' 단말기는 바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휴대인터넷은 무선주파수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 현행 '넷스팟'이 같은 무선임에도 특정 장소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적 제약을 받는 데 반해 차를 타고 시속 60km이상으로 이동하면서도 끊김 없이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선인터넷 서비스가 전파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거리로 외출했다'고 보면 된다.
반면 위성DMB는 'TV가 거리로 나온 꼴'이다. 휴대폰에 DMB기능을 장착해 위성에서 발사하는 TV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오는 12월 1일부터는 KBS, MBC 등 방송사들도 지상파 DMB방송을 시작한다. 수신기능이 들어있는 단말기만 사면 TV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성DMB와 함께 사회문화현상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서비스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상용화 이후 한국이 거둔 최대의 쾌거다”
지난해 12월 23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KT 등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휴대인터넷(와이브로ㆍWiBro)) 시제품 개발 시연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은 이렇게 찬사를 보냈다.
휴대인터넷을 실용화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마침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보했다는 기쁨과 자부심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진 장관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 개발중인 휴대인터넷에 비해 우리의 기술이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WiBro(Wireless Broadband)’라는 이름도 직접 지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표시했다.
실험실에서 일부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시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와이브로가 마침내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장소가 바로 부산 APEC 정상회의 자리다.
와이브로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유선 초고속인터넷을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해 집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정의될 수 있다. 인터넷을 ‘고속으로 이동하는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서비스인 셈이다. 결국 와이브로는 유선인터넷은 물론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했던 무선랜의 개념을 뛰어넘어 유비쿼터스 환경을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유감없이 즐길 수 있도록 APEC정상 및 수행원, 기자들에게 PDA 100대, 노트북 300대, 초소형 노트북 100대 등 총 500대의 단말기가 지급될 예정이다. 노트북의 경우 별도의 카드만 장착하면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KT. KT는 부산APEC회의에서 세계 최초로 국내 기술을 적용한 와이브로 시연을 주관할 사업자로 단독 선정돼 그간 치밀한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다.
부산APEC에서의 와이브로 시연은 해운대와 벡스코 전시장 등 APEC 행사장 을 중심으로 반경 4km이내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KT는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 이 지역에 중계기와 기지국 설치작업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은 APEC기간중 차량으로 이동중에도 초고속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으로 변신하게 된다.
현재 KT가 계획중인 주요 시연 서비스는 멀티미디어 메시징, 주문형 비디오(VOD), 주문형 정보(Information on Demand), 네트워크 게임,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지역정보서비스 등이다. 또 벡스코 행사장 내에 전용전시관을 설치하고, 이동홍보차량도 운영해 해외 정상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도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공개할 방침이다
와이브로 시연행사를 지휘하고 있는 KT의 고종석 상무는 “APEC시연은 해외수출은 물론 내년 2~3월로 예정된 국내 시범서비스와 4월의 상용서비스의 일정과 연계돼 있다”며 시연 서비스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KT는 내년에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우선 기반설비가 구축됨에 따라 우선 수도권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2007년에는 4대 광역시와 지방중소도시, 2008년에는 전국 84개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일정을 갖고 있다.
특히 KT는 와이브로와 보완적 관계에 있는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인 ‘메가패스‘나 ‘네스팟’ 뿐 아니라 자회사인 KTF의 기존 서비스 등과 연계시켜 다양한 유ㆍ무선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있다. 사업초기에는 기존 유선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형태와 유사한 메신저, e 메일, 온라인쇼핑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뒤 사진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주고 받는 MMS, P2P, 기업간 상거래, 위치정보 등을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단말기의 경우에도 서비스 초기에는 이미 보급된 노트북과 PDA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와이브로 전용 모뎀카드를 제공해 고객접점을 넓힌 후 점차 기존 휴대전화기와 비슷한 유형의 복합단말기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특히 KT는 와이브로 단말기가 최종적으로 인터넷전화(VoIP)로 진화해 휴대전화를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T와 함께 SK텔레콤도 와이브로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돼 비슷한 시점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장비업체인 삼성전자도 와이브로 상용화에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와이브로 장비개발을 주도해 온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9일 제주신라호텔에서 국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시속 80km로 달리는 차안에서 시연회를 진행,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시연에서는 와이브로 속도가 가입자가 내려받을 경우에는 초당 10메가비트(Mbps)에 달한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현재 가정에서 사용하는 인터넷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사장은 이날 시연에서 와이브로를 ‘4세대 이동통신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표현했다. 4세대 이동통신은 시속 60km로 이동할 때는 100Mbps이상, 정지중에는 1Gbps급 속도를 제공하는 무선통신기술로 현재 국내 휴대폰기술은 3세대로 분류돼 있다.
국내 양대 와이브로 사업자로 선정된 KT와 SKT는 요금의 경우 정액제를 기본으로 하되 종량제를 적용해 1만5,000원~2만원짜리부터 4만원대까지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