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언어폭력’ 막을길 없나

욕설 일상화…얼굴·실명공개 ‘사이버테러’<br>軍·사회전반 급속확산…장병 59% “욕설 경험”<br>피해자 사회생활 포기 자살로 이어지기까지…인터넷 실명제등 시급

“내 아들 살려내라” 군부대 총기사고 유가족들이 20일 시신이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조문하러 온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언어폭력’ 막을길 없나 욕설 일상화…얼굴·실명공개 ‘사이버테러’軍·사회전반 급속확산…장병 59% “욕설 경험”피해자 사회생활 포기 자살로 이어지기까지…인터넷 실명제등 시급 임석훈 기자 shim@sed.co.kr “내 아들 살려내라” 군부대 총기사고 유가족들이 20일 시신이 안치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조문하러 온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관련기사 • “욕설 못참아 이틀전 살해 결심” 지난 19일 최전방 부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이 선임병들의 언어폭력에 시달린 김모 일병의 계획적인 범행으로 드러나 군은 물론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언어폭력’에 대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육군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사건 조사 결과 김 일병은 선임병들의 잦은 인격 모독성 언어폭력에 앙심을 품고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사고 발생 이틀 전인 17일 취사장 내에서 막힌 하수구를 뚫는 작업을 하던 선임병 신모 상병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으며 2∼3시간 동안 질책을 받았다. 모욕감을 느낀 김 일병은 내무반으로 돌아오면서 ‘소대원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며 살해 결심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김 일병이 상명하복의 군대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나약한 정신력을 질타하는 여론도 비등하다. 하지만 인터넷 세대들의 감성과 환경을 무시하는 억압적 군대문화가 이번 사고의 근인(根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폐쇄적인 조직인 군대에서는 하급자에 대한 상급자의 언어폭력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해 9월 31개 부대의 간부 및 병사 총 6,9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병 인권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어폭력에 속하는 욕설(58.8%)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장병들은 구타나 가혹행위에 비해 언어폭력으로 인해 모욕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폭력은 폐쇄된 조직인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이버상에서 행해지는 언어폭력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지하철에서 개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한 여성(일명 개똥녀)은 실명과 얼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네티즌들로부터 욕설 등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했다. 영화배우 김한섭(예명 트위스트 김)씨는 자신도 모르는 음란 사이트가 인터넷에서 운영되는 데 대한 네티즌들의 공격에 자살까지 기도했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넷 피해자들은 “온라인상의 언어폭력이 실생활 폭력 못지않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언어폭력에 시달린 일부 피해자들은 英말煇걋?포기하는 것은 물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급기야 정부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내가 했던 언어폭력이 언제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지 모른다’는 점을 깨닫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입력시간 : 2005/06/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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