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몰락의 예고

제9보(101~135)



기훈(棋訓)이라는 것이 있다. ‘두점머리는 급소’라는 것도 기훈이고 ‘중앙을 향한 한칸뜀에 악수 없다’는 기훈이다. 오늘의 진행은 ‘세력을 집으로 만들지 말라’는 기훈을 감상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세돌은 중원 좌측에서 일찌감치 회심의 빵때림을 통하여 천하를 호령하는 세력을 만들었다. 그 빵때림은 너무도 위력적이어서 잘만 하면 그 주위에 수십 집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 부근에 집을 짓지 않고 다른 방면에만 계속 손질을 했다. 이창호로서는 빵때림에 신경이 쓰였으므로 자꾸 그것의 위력을 지우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이세돌은 신천지를 개발하여 부자가 된다. 백10, 22, 24, 28은 흑의 세력을 지우기 위한 백의 노력들. 흑31과 35가 승리를 확정짓는 멋진 수순이었다. 이창호가 기대했던 그림은 참고도의 흑1이었다. 그것이면 백2 이하 8로 졸지에 역전 무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 챔피언 이세돌은 이창호의 기대를 일축하고 흑 3점을 선선히 내주었다. 그 대신 하변에 25집에 달하는 거대한 주택단지를 마련하여 이창호의 추격의지를 꺾어 버렸다. 실전은 1백81수까지 진행되었으나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 “또다시 이창호의 완패였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세계대회 길목에서 연거푸 두 번을 당했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창호는 이세돌에게 밀려 급속히 몰락할지도 모른다.”(서봉수) “무엇보다도 이세돌이 자신감을 얻었을 겁니다. 이 기세를 살린다면 이세돌은 생애의 최절정을 구가하게 될지도 모르지요.”(조한승) 서봉수와 조한승의 예측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2008년 7월 현재 이세돌은 이창호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한국랭킹1위에 올랐으며 국제기전 4관왕, 국내기전 3관왕이 되었다. 135수이하줄임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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