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제2위기 우려
정치불안·개혁부진속 美경제 침체
동아시아가 또다시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 미국 MSNBC 등 세계 각국 언론들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정치불안ㆍ금융시장혼란ㆍ구조조정부진 등으로 지난 97~98년에 이어 제2차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 일제히 보도했다.
동아시아의 정치ㆍ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국제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역으로 자금을 일시에 빼돌려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위기 재연에 대한 불안감은 환율, 주가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가 지난 여름 이후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타이 증시는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지난 1년간 40% 이상 폭락했다.
각국 통화 역시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경우 30% 이상 폭락하며 달러당 1만 루피아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0~2001년판 금융위기 시나리오의 진앙지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타이 등 3개국. 이들 국가는 높은 부실채권비중, 취약한 금융시스템 같은 고질적인 문제에다 정치혼란마저 가중돼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대통령 스캔들로 인한 내분이 고조되고 있으며 타이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정치분열이 극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천수이볜(陳水扁)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타이완도 위기의 불씨를 안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정정불안 지속이 소비와 투자 마인드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있다"면서 타이완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1단계 하향조정했다.
MSNBC 방송은 한국 역시 공기업 민영화 및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과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이 난항을 겪는 등 불안요인이 잠복해 있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아를 둘러싼 해외 여건도 부정적이다. 아시아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5%대에서 내년에는 2~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빠른 경제회복의 원동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10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미국의 부진을 메워주리라 기대됐던 일본경제 역시 최근 다시 주춤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배럴당 25~30달러대의 국제유가도 이들 지역의 인플레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지 워딩턴은 "동아시아에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은 분명하다"며 "이들 국가가 내부적으로 지난 97년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해외악재까지 겹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