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7월 2일] ECB의 출구전략

유럽중앙은행(ECB)이 출구전략이라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유럽 중앙은행은 지난 6월30일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은행들에 제공했던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또 다른 위기를 촉발시킬지 계속 주시해야겠지만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ECB는 용의주도하게 출구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7월1일 만기가 돌아오는 4,420억유로의 1년 만기 대출을 상환하라고 주문하는 대신 1% 금리로 3개월짜리 대출을 무제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유로존 은행들이 입을 타격은 만만치 않다. 대출만기 축소로 ECB에 의존했던 은행들의 경우 상당한 자금상환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3개월짜리 대출이 시행되면 부실 은행들은 1년 만기 대출을 이용할 때보다 더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이날 유로존 역내 171개의 시중 은행들은 1,319억유로 규모의 3개월 단기 대출을 신청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100억유로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시중 은행들이 ECB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CB는 고삐를 바짝 죄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긴급대출 프로그램 종료가 또 다른 금융위기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ECB는 균형 감각을 가지고 금융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ECB가 1년 전 1년짜리 무제한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당시 역내 금융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이 같은 조치를 왜 시행하는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부실 은행을 가려내는 데 몰두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출구전략을 진행하면 부실 은행이 자꾸 손실을 감추게 된다. 긴급 대출 프로그램이 필요 없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려면 세금을 통한 구제금융 관행을 뿌리 뽑고 과감히 부실 은행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만약 새로운 위기가 또 발발한다면 다시 긴급 대출 프로그램에 손을 뻗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은 지금까지 출구전략에 잘 대처해왔다. 금융위기 재발을 피하는 최상의 방법은 부실 은행의 과감한 퇴출이다. 이제 ECB가 해야 할 다음 조치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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