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해양 강국 기치 올리자

진형인<해양수산개발원 부원장>

21세기는 급속한 세계화의 진전 속에서 해양의 시대가 문화의 시대, 여성의 시대, 지식 정보의 시대와 더불어 전개되고 있다. 해양은 세계화시대 국제사회 존속에 필수적인 국제교역 해상운송의 장(場)으로서, 인류의 마지막 남은 자원 제공의 장으로서,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해양 환경 관리의 대상으로서, 그리고 환경오염이 심한 이 시대에 깨끗한 공기와 자연을 제공하는 쾌적한 삶의 터전으로서, 그 존재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양과 해변의 적절한 활용과 관리는 지구촌 인류의 번영과 지속적인 삶의 영위에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해양화 추세는 해안지역이 경제 활동과 주거지역으로서 각광을 받으며 이미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해안선 100㎞ 이내에 거주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인구 800만명이 넘는 30여개의 메가시티(Mega City) 중 20여개가 해안도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도 알 수 있다. 국제연합(UN)도 일찍이 이러한 점을 인식, 지난 98년을 바다의 해로 정해 해양의 개발과 보존의 조화를 통해 인류의 복지증진 향상에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 국가로서의 면모를 손색 없이 지니고 있다. 우선 지리적인 여건을 보면 남한 면적의 3.7배에 달하는 37만2,000㎦ 배타적 경제수역 (Exclusive Economic Zone), 1만2,000㎞에 달하는 해안선, 국토면적의 2.8%에 이르는 세계 5대 갯벌자원, 3,200여개의 도서, 세계해운 주항로상에 위치한 항만들, 연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생태계의 가치 등 우리나라는 천혜의 해양 국가이다. 60년대 이후 수출입에 의존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을 해상운송에 의지해왔고 선복량은 세계 8위, 컨테이너 화물량이 세계 6위 수준이며 부산항 컨테이너 처리물량은 세계 5위, 한진ㆍ현대 컨테이너 선사의 선복량은 각각 6위ㆍ19위 정도가 되는 등 해운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더욱이 조선산업은 세계 제1~2위를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으며 수산물의 생산과 소비에서도 각각 12위ㆍ17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뚜렷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아시아는 해양을 중심으로 경제권이 형성돼 있어서 타 어느 경제권보다 국가교류에 해양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리적으로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다수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거나 항만을 비롯한 각국의 주요도시가 해안선을 따라 형성돼 있어서 동아시아 경제권은 해양을 통한 교류가 편리하게 돼 있다. 컨테이너 항만의 경우 처리물동량이 세계 1위와 2위인 홍콩과 싱가포르를 비롯해 상하이ㆍ부산ㆍ가오슝ㆍ도쿄 등 20위 안에 드는 주요 항만들이 동아시아에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중국ㆍ인도네시아ㆍ일본ㆍ한국ㆍ태국ㆍ필리핀 등은 수산물 연간 생산량이 세계 12대국 안에 드는 상위국이다. 이러한 면에서 국가적으로 동북아의 국제물류 중심지로서 동북아 경제 활동의 교량 역할을 담당하려는 우리나라는 효과적인 해양 활동을 통해 해양력을 키워 해양 강국이 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날로 그 중요성이 커가는 관광자원ㆍ친수공간ㆍ주거지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연안역(沿岸域)과 해변을 세계 유수의 갯벌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해양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는 데 크게 기여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해양산업이 총체적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직ㆍ간접 부가가치가 대략 국민총생산(GNP)의 10%로 추정되고 특히 물류와 관련 산업의 성장은 해양산업 부가가치를 크게 늘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로테르담ㆍ암스테르담 두 항만의 직ㆍ간접 GNP 기여도가 10~15%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은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이 같은 여러 측면을 종합해 평가할 때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해양 강국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진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아직도 바다는 멀리 있고 바다가 주는 혜택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하며 해양 국가로서 갖는 자부심도 부족하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해양성이 강한 민족이었다. 해양 강국이 세계의 강국으로 존재해왔음을 상기할 때, 그리고 21세기에 바다가 주는 의미가 더욱 커짐을 전망할 때 우리는 우리가 가진 해양력을 더욱 지키고 키우며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서 바다가 더 가까워지도록 해야 한다. 바다가 상징하는 진취성ㆍ국제성ㆍ개방성은 21세기에 우리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해양 국가로서 해양 지향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바다를 더욱 지혜롭게 활용해 21세기에 민족 도약의 새 터전을 마련해야 할 사명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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