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코스닥 M&A빅뱅 시작] 자고나면 매물… 예약 매매까지

코스닥 시장의 M&A 빅뱅이 예상되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이 겹치면서 잠재매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부터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퇴출은 강화되기 때문에 적어도 200개 이상의 기업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IPO(기업공개) 시대는 가고, M&A(우회등록)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매물 400개 육박= 업계에서는 매물로 나온 기업에 잠재매물을 포함하면 매각대상 업체가 최소 300개에서 4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등록된 지 2년도 안 된 기업도 최대주주가 회사를 팔고 떠나는 이른바`예약매매`가 성행하고 있고,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이 1년도 안 돼 다시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바른손은 13번, 엔터원ㆍ국제정공ㆍ가오닉스 등은 6번, 휴먼이노텍ㆍ프로칩스ㆍ국제종건 등은 5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특히 내년부터 퇴출기준이 강화되면서 매물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부터 경상손실을 내고 시가총액이 50억원 미만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퇴출된다. 지난 반기 실적과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31개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또 저가주 퇴출기준이 액면가의 40%로 상향조정 돼 주가도 퇴출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액면가의 3분의 1을 밑도는 기업들을 M&A 관심종목으로 꼽고 있다. 이런 종목은 ▲2001년말 169개(26%) ▲2002년 말 396개(51%) ▲지난 16일 현재 429개(53%)로 전체의 절반으로 늘어났다. ◇왜 매물 쏟아지나= 기업실적 악화와 불투명한 경기전망, 주식시장 약세로 자금조달까지 힘들어 지면서 기업을 팔겠다는 최대주주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등록취소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퇴출에 대한 위험도 높아졌다. 실제 매출감소와 영업적자로 허덕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감소한 12월 결산법인은 ▲2002년에 265개로 전체의 34% 였지만 ▲올해는 3ㆍ4분기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못 미치는 기업이 431개로 절반이 넘는 55%에 달했다. 영업에서 적자가 나는 기업은 ▲2001년에는 전체의 20%인 160개 ▲2002년에는 33%인 257개에서 ▲올해 3ㆍ4분기에는 35%인 276개로 늘었다. 2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도 190개가 넘는다. ◇벤처M&A펀드 주목=최대주주가 바뀐 후 부도로 퇴출되거나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돈 없이 회사를 인수한 무자본 M&A 투기꾼들이 일단 회사를 인수한 후 회사 돈을 횡령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들어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이유의 절반 이상이 최대주주와 금전거래에 대한 지연공시다. 내년부터는 벤처펀드들이 본격적인 코스닥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무자본M&A가 크게 줄어드는 등 M&A시장이 정상궤도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틱IT벤처투자는 785억원 규모의 IT M&A펀드 조합을 결성해 곧 코스닥기업의 주식과 CBㆍBW를 인수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청이 정부자금과 국민연금 자금을 통해 10여개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해 총 2,775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준비를 갖추는 등 이달에만 4,000억원 이상의 정부 및 캐피탈 자금이 벤처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코스닥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우회등록을 원하는 장외기업이 늘고 있어 M&A를 통한 벤처투자 자금 회수도 많아질 전망이다. ◇M&A, 코스닥 부활 보약되나=전문가들은 M&A가 코스닥 부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거쳐 좋은 기업으로 전환되는 부실기업이 늘어날수록, 코스닥지수와 시가총액은 상승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최대주주가 바뀌는 기업이 최소한 200개를 넘어서, 한 종목당 평균 시가총액이 50억원이 증가하면 시가총액은 1조원ㆍ지수는 2.5% 가량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무자본 M&A 등 M&A 증가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정상적인 M&A의 증가가 코스닥시장의 부활을 이끌 테마가 될 것”을 내다봤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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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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