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제전문가의 감추고 싶은 진실 '폭로'

[화제의 책] 엉터리 경제학 (이상훈 지음, 케이앤제이 펴냄)


힘겨웠던 지난 한 해를 보낸 뒤, 올 연초는 유난히 경제전망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세가 이어질지 아니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두고 말이다. 유수의 경제전문가들이 난상토론을 벌이지만 어느 쪽 말을 들어야 할지 오히려 더 헷갈린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인간이 권위에 의존하려는 성향을 빌미로 '얼치기' 전문가들이 설쳐대는 곳이 바로 경제학의 영역"이라고 따끔하게 얘기한다. 동시에 경제 전문가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진실을 '폭로'한다. 일례로, 2008년 뉴욕발 경제불황의 원인을 따져보자. 물론 뉴욕 월가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의 자제하지 못한 탐욕이 이유였겠으나, 1차적 책임을 가진 '주범'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라는 것. 그린스펀은 자유방임형 시장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자였다. 근 20년 동안 미국 경제의 중심에 있었던 그는 경제의 위기 국면이 오면 즉시 금리를 낮춰 증시를 부양시켜 줬기에 '그린스펀 풋'이라는 경제용어까지 만들어냈다. 1987년 블랙먼데이, 1990년 걸프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ㆍ11테러 등. 하지만 그린스펀의 금리인하는 월가의 위기의식을 둔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린스펀 버블'이 터지는 바람에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는 얘기다. 그린스펀의 자본주의에 대한 맹신에 미국 경제가 볼모로 잡혔던 격이다. 저자는 "월가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상 징후가 드러나기만 해도 그린스펀의 금리 인하라는 요행수를 기대했던게 문제"라며 "예측이 불허한 시장의 속성을 안다면 시장을 종교 교리나 인생 독본 처럼 떠받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그린스펀을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이 '나쁜 사람'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이는 경제학이라는 학문분야의 특성 탓이다. 경제학은 과학도, 종교도 아니다. 경제학 법칙에는 예외가 존재하고, 다양한 답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는 '시장지표'와 '수치'에도 오류는 도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실업률 통계에는 취업준비생과 구직 단념자, 고시생 등은 제외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실업률 수치가 낮아진다. 실업률이 낮으면 고용률이 높아야 하는데, 실업률은 OECD 30개 회원국 중 네번째로 낮고 고용률도 22위인 아이러니에 처해 있다. 통계의 함정에도 조심하라는 충고다. 이 외에도 박지성보다 감독의 연봉이 높은 이유, 평균의 법칙으로 본 박태환의 부진, 계속 잃었다고 딸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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