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석유공사에 오는 2012년까지 19조원을 투입, 현재 일일 5만배럴의 석유생산량을 2012년 30만배럴로 6배 키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종전의 탐사광구 확보 위주에서 지금 당장 석유가 나오는 생산광구나 생산광구를 갖고 있는 석유개발기업 매입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동안 검토해오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합방안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양 조직의 화학적 결합 등이 어렵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지식경제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경부와 석유공사는 생산광구 인수를 위해 필요한 19조원의 자금확보를 위해 정부가 5년간 4조1,000억원을 석유공사에 출자하고 나머지 15조원은 석유공사가 채권을 발행하거나 국민연금ㆍ금융기관 등의 투자를 받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2년 이후 석유공사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면 석유비축사업 부문은 남기고 자원개발 부문을 분리해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석유개발전략 전면 수정=정부의 석유개발전략이 탐사광구 확보에서 생산광구 매입으로 전면 수정된 것은 ‘조급함’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탐사광구 확보에 주력했다. 성공률 10~20%로 리스크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탐사광구는 리스크도 크지만 실제 석유생산까지 최소 5년, 일반적으로 7~10년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 수년 전 계약이 끝난 서캄차카 광구가 올해 들어서야 탐사시추를 시작했고 나이지리아 광구는 내년 후반, 잠빌 광구는 내후년이나 돼야 탐사시추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정부의 석유 자주개발률 목표치는 미달되기 일쑤였다. 자원개발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연초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자원확보를 위해 그동안 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심한 꾸중도 들었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에 생산광구 매입으로 전략을 바꿨다. 탐사부터 생산까지 너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예 현재 석유가 나오고 있는 생산광구 매입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과 타이밍=국제유가 급등으로 생산광구는 부르는 게 값이다. 지금처럼 국제유가가 많이 올랐고 일부에서는 ‘정점에 다 왔다’는 의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바가지를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앞으로의 유가전망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국제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른다고 보는 사람들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지금이라도 서둘러 생산광구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신중론자들은 “조금 지켜보자”고 말한다. 정부는 이중 전자를 선택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애국자가 될지, 역적이 될지’는 국제유가에 달렸다. 더욱이 생산광구를 사는 자금이 ‘혈세’이기 때문에 정부가 하는 ‘베팅’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정부는 19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4조1,000억원은 정부가 재정, 즉 세금으로 직접 투입한다. 나머지는 석유공사 자체자금과 차입금, 민간 자금 등이다. 석유공사는 자체 신용으로 매년 약 2조원 정도의 해외차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012년까지 약 8조원이다. 여기에 자체자금까지 합하면 8조~9조원 정도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석유공사 차입금은 곧 정부 차입금이다. 나머지 6조~7조원 정도는 국민연금ㆍ공무원연금 등 연기금과 민간기업의 출자, 차입 등의 방법으로 모으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당장 국민들이 내는 세금뿐 아니라 전 국민의 노후자금까지 생산광구 매입에 투자되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신중에 또 신중’을 당부한다. ‘불도저식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여우 같은 교활함으로’ ‘급할수록 천천히’가 모토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