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9월 28일] 휴대폰 보조금의 딜레마

기업들의 과점과 담합에 대한 정부 규제는 시장경제에서 항상 '뜨거운 감자'로 논란이 돼왔다. 정상적인 시장기능의 확립을 위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대의명분과 자사 이익 극대화를 위한 기업 경영활동이 상충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해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2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보조금 상한선도 27만원으로 제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08년 휴대폰 보조금 규제가 없어진 뒤 처음이며 과징금 액수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이통사들의 과도한 보조금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커져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스마트폰 활성화에 역행 이통사들은 방통위가 무서워(?) 직접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이번 조치가 스마트폰 활성화에 역행된다는 주장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 규제로 앞으로 소비자들은 90만원이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 구매에 부담을 가지고 당연히 스마트폰 보급도 그만큼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를 주도해온 우리 정보기술(IT)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스마트폰이었다.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발 스마트폰 열풍이 세계를 휩쓸었을 때 우리 기업들은 주역이 되지 못하고 한편에 비켜난 형국이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이와 관련,"스마트폰 쇼크로 한국이 위태롭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도입이 늦은 것은 정부와 기업 모두가 음성통화 위주의 현 시장에 안주해왔기 때문이다. 삼성과 LG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 수준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국내 스마트폰 산업을 독려했다. 이에 대응 국내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다양한 요금제 도입 경쟁으로 스마트폰 구매 부담을 낮췄다. 또 해외 통신업체들이 도입을 꺼리는 무제한 무선데이터서비스를 실시해 스마트폰 사용 환경 수준을 높였다. 방통위가 보조금 규제 이유로 밝히고 있는 투자활성화, 요금 인하 명분도 최근의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통사들은 정부의 압박에 밀려 요금을 인하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요금 인하, 무선인터넷 활성화 조치를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4G(4세대) 통신망 투자계획을 앞당기고 와이파이망 투자도 늘리고 있다. 사실 휴대폰 보조금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의 줄다리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보조금 문제는 통신망의 진화와 맞물려 '허용과 규제'를 거듭해왔다. 정부는 통신망이 진화할 때마다 신기술 보급이라는 명분 아래 보조금을 허용해 신형 휴대폰 보급을 독려했으며 요금 인하를 위해 마케팅 과다경쟁이라는 이유를 들어 보조금을 규제해왔다. 한국에서만 보조금 규제 2008년 3월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은 관련 당사자 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폐지됐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법으로 폐지된 휴대폰 보조금 규제법이 행정지도로 사실상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도 법으로 보조금 규제를 하는 나라는 그동안 핀란드가 유일했으나 3G(3세대)로 넘어오면서 '시장 활성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폐지된 상태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통신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적법성 논란이 있는 행정지도로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보다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스마트폰 활성화 측면에서 정부의 정책과 보조금 규제는 서로 엇박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에 달렸다. 연말에는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10%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보다 싼 가격으로 구입하는 정책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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