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난,묘약은 극약/구본호 울산대 총장(송현칼럼)

지난 70년대 초 미국의 경제가 퍽 어려웠을 때의 일이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영향력있는 기업책임자들을 대통령의 주말 휴양지에 초청한 적이 있었다. 카터 대통령이 이들에게 경제회복을 위한 여러 대안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한 기업가는 카터 대통령에게 『기업은 어떤 환경에서나 적응하고 생존하려는 강한 본능이 있으니 너무 걱정말고 다만 정책을 자주 바꾸지만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러한 제안은 정부가 정책을 자주 바꾸게 되면 기업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는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이제 현 행정부는 실질적으로 1년도 남지않은 정권말기임을 냉철히 자각하고 가능하면 새로운 정책의 시행이나 정책개혁을 가급적 삼가, 적정한 수준의 환율·물가·금리의 혼합을 유지하도록 효율적인 거시경제정책 개발을 우선시 했으면 하고 바란다. 어차피 새정권이 들어서면 또 많은 정책개혁이 단행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9월23일에 바로 이 지면에서 노동법개혁이나 금융개혁을 의식하여 『제도적 개선은 정권초기에 단행하는 것이 유효하며 정권후기의 무리한 개혁추진은 자칫하면 집단이기주의의 목소리가 높아져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킬 위험마저 있었던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꼭 5개월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지적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당면하고 있는 경제난국을 제도개선이나 행정지도로 풀겠다는 비현실적인 착각을 버리고 오히려 현정부는 현재 갖고 있는 정책수단으로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개방화·자유화의 기본적인 여건에서 대외거래적자, 물가불안, 경기하강이란 3중고를 완화하는데 있다. 우리 경제는 고비용(고금리·고임금·고지가·고물류비용 등)과 저효율구조에 시달리고 있다. 개방화·자유화에 대응하기에는 아직도 우리 경제는 지나친 비만과 거품으로 가득차 있다. 아무리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이러한 비만과 거품을 제거해야만 한다. 우리의 고비용은 원화가 정상수준 이상으로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의 하나이다. 환율이 평균 1% 포인트 인상된다면 평균 외화표시 임금이나 지가는 곧바로 1% 포인트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사실 대외거래의 적자를 단기간에 완화하는 가장 유효한 정책수단은 원화의 평가절하이다. 최근 대미달러 원화환율이 상승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거품을 걷어주는 긍정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또 정책당국은 명목환율 상승이 실질실효환율의 상승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물가안정을 위한 재정금융정책의 개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대미달러 환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일 엔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최근 원화가 평가절상되어 왔음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80년대 이래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대미달러 환율보다도 대일엔화 환율에 의해 더 크게 영향 받아왔음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환율정책은 대미달러 환율보다도 대일엔화 환율의 안정에 더 큰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멕시코사태와 같은 환투기가 없도록 정책당국은 면밀한 정책보완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대안으로 환율상승률인상 폭의 상한선을 국내금리수준으로 정하고 하한선은 국내금리와 국제금리의 차이에 두는 일종의 운영지침을 발전시켰으면 하고 제언해 본다. 지금 우리는 경제의 3중고 중에서도 경상수지 적자폭 축소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화가 실질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것이 필수적이나 동시에 환율의 변동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지침의 설정과 물가안정정책의 보완이 강화되어야만 한다. 작금의 경기하강은 94∼95년에 걸친 과열경기에 의한 결과이며 당분간의 경기하강은 시장기능에 의한 비만과 거품을 걷을 수 있는 필요악으로 해석해야 한다. 사회전반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고비용의 거품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임금이나 금리는 물론 환율 모두 과대평가되고 있다. 불황은 거품을 거두는 가장 유효한 치유제이다. 기업의 차원에서는 불황에 대응하는 자구노력만이 살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일반시민도 명목적 소득증대에 자만하지 말고 그에 상응하는 생산성 증대를 위하여 겸허하고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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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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