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철강가격 어떻게 되나

최현우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근 철강경기와 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철강재만큼 한 제품의 수요 증감이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제품은 찾기 어렵다. 흔히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철강재 가격이 조선ㆍ자동차ㆍ건설ㆍ가전 등 모든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기 때문에 전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제철강협회(IISI)는 세계 철강재고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현재 재고수준이 적정재고보다 낮은 상태이며 중국과 아시아 국가가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향후 철강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반해 중국 최대 철강사인 바오산강철이 올 4ㆍ4분기 철강 가격을 최대 17%까지 인하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당분간 철강 가격이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철강 전문가라도 소화하기 벅찬 상반된 정보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철강 가격은 지난 2003년부터 중국 경제 부상과 철강수요 급증,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 상승 등으로 열연강판 기준 톤당 595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다가 올해 2ㆍ4분기부터는 중국 철강생산 급증과 세계 철강수요 둔화로 약세 전환돼 현재 420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도 전기 대비 28.3% 증가한 1억 7,000만톤을 생산했다. 중국의 잠재 철강생산 능력이 지난해 생산량 2억7,000만톤보다 1억5000만톤 증가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의 철강 가격이 하락했고 철강재고 수준도 증가했다. 또 미국ㆍ유럽 지역의 철강수요가 둔화해 재고가 증가하고 철강 가격이 떨어지게 됐다. 그 후 8월 이후에는 급락세를 멈추고 전세계적으로 한 달 가량 보합세를 보이면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의 철강 가격이 다시 하락할지 아니면 이미 저점을 통과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단기적인 철강 가격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의 철강 가격은 어떻게 될까.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선진국의 낮은 수요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철강수요 증가는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이고 선진국 철강사들은 철강 가격 하락에 대응해 생산량을 줄일 것이며 중국 정부도 자국 철강 생산량 급증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철강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7월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산업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 진입장벽 강화, 연해 대형 기업 중심의 구조조정 촉진, 생산능력 확장 억제를 근간으로 하는 신철강산업발전정책을 발표했다는 점도 이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세계 철강사들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철강생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로 인해 세계 철강 공급과잉 상태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중국은 철강 수입국에서 2006년에는 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이고 중국 제품이 동남아에 수출됨으로써 아시아 지역의 철강 가격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고도화정책이 순조롭게 이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 상반된 의견이 제시되고는 있으나 향후 철강경기를 좌우할 결정적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결국 중국의 경제성장과 철강수요 증가 여부, 중국의 철강산업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가 세계 철강 가격의 향방과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역시 중국은 기회가 됐든 위협이 됐든 참 대단한 나라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올해 영업실적은 어떨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펀더멘털’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고품질의 제품을 세계 어느 철강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철강 분석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국제 철강 가격 하락시 타격을 가장 덜 받고 내성이 강한 기업으로 한국 철강사들을 꼽는 이유이다. 중국산 철강재가 아직은 저급재 중심이기 때문에 철강 가격이 하락해도 국내 철강사가 받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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