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보장의 3대축(국민연금ㆍ개인연금ㆍ퇴직연금) 가운데 하나인 퇴직연금 적립금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신설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등 퇴직연금 확산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됐다.
5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퇴직연금으로 적립된 금액은 10조3,345억원으로 지난 2005년 12월 도입된 후 4년 만에 적립금 10조원을 돌파했다.
가입 근로자는 5인 이상 전체 상용근로자의 약 22.6%인 172만2,662명이며 도입 사업장 수는 5인 이상 전체 사업장의 13%인 6만7,705곳이다. 퇴직연금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ㆍ근로자가 지급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결정되는 연금)이 117만명, 확정기여형(DCㆍ근로자가 지급 받을 퇴직급여가 적립금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연금)이 47만명이다.
연말에 신규 도입 및 부담금 납부가 집중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현재 적립금은 14조~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도입 시기를 감안하면 높은 편이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참 낮은 수준이다.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의 퇴직연금 평균 적립 수준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11%인 반면 우리나라는 7.9%에 불과하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 14% 이상),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 20% 이상)에 진입한다.
정부가 책임지는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도 적립액이 적을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부는 퇴직연금 확산을 위해 2008년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지난해 12월 환경노동위원회에 겨우 상정, 시행을 위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은 신설 사업장의 경우 설립 1년 내에 퇴직연금제도를 우선적으로 설정하도록 했으며 DB형과 DC형의 동시설정을 허용해 각각의 장점(안정성과 수익성)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를 제한해 노후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영업자도 가입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종철 노동부 임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미흡하다"며 "제도 확산을 위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시급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