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법제처장이 “헌법을 시장경제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끈다. 개헌 논의의 초점이 주로 권력구조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지적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현행 헌법은 물론 각종 법령 등에 정부 개입과 민간 자율을 통제하는 반(反)시장적 조항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 처장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헌법개정 논의를 계기로 법률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검토작업을 벌여 시장경제에 반하는 조항의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처장은 자유시장경제를 제약하는 헌법 조항 가운데 하나로 119조2항을 거론했다. ‘국가는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 조항은 정부가 민간을 통제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관치경제의 기준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헌법 126조에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간절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 경영을 통제ㆍ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 개입을 관련법령에 따라서만 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에 대한 간섭을 억제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헌법에서 이렇게 원칙이 명확하지 않으니 하위법들에 혼선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동안 헌법이 수 차례 개정됐지만 대부분 권력구조 개편에만 치중했을 뿐 국민생활 편의 도모, 민간 자율과 창의를 촉진하는 데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4,300여개의 법률과 법령, 1만8,000건의 행정규칙이 운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시대변화에 맞춰 개정작업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미진한 곳이 수두룩하고 구시대적 관료주의 잔재도 곳곳에 남아 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법률도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법령,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는 법령,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법령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 맞추고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는 방향에서 헌법개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