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매출 4조원은 어디로 증발했을까”
똑 같이 맞아떨어져야 할 휴대폰 구매 비용과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매출이 무려 4조원이나 차이가 나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통계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휴대폰 제조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5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반면 통계청이 집계한 휴대폰 구매비용은 약 1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해 3,300여가구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2004년 가구당 소비지출“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휴대폰 구매금액은 월 평균 6,500원으로 연간 7만8,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총 가구수가 1,400만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휴대폰 내수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단말기제조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무려 5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 20%를 상회하는 A사의 내수 판매가 약 1조1,000억원에 달해 국내시장 규모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1,500만대의 휴대폰이 팔렸고 평균 단가가 30만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리가 없는 수치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통사들이 뿌리는 판촉비(보조금 포함)의 규모가 축소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통 3사 매출이 16조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고객확보에 혈안이 됐더라도 매출의 25%인 4조원을 판촉비로 뿌렸다는 것은 터무니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통계청 조사와 휴대폰 업체들이 발표한 매출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통부와 업계도 사라진 4조원 가운데 중 한몫을 하는 것은 역시 판촉비일 것으로 판단하고있다.
통신위 관계자는 “2003년의 경우 사업자들이 대리점에 합법적으로 지급한 수수료를 합쳐도 판촉비 규모가 1조7,000억원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며“지난해 과당경쟁으로 판촉비가 늘어났다고 해도 이 수준을 크게 웃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재고물량. 통신위 관계자는 “지난해 통계청이 집계한 단말기 구입비용이 1조원이라면 판매 대리점이 안고있는 재고물량 규모도 1조원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재고물량은 단말기업체의 매출로 잡힌다.
그렇다면 나머지 1조3,000억원은 어디로 갔을까 .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72만원 짜리 단말기를 월 2만원씩 3년 할부로 구입하면 제조업체는 당해 연도 매출을 72만원으로 잡지만 가구당 지출은 24만원에 불과하다”며“1조3,000억원은 할부판매로 인한 제조사와 통계청 집계의 격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계산이 정확하다면 “가구당 휴대폰 단말기 구입금액은 약간의 오차는 있겠지만 실제 지출과 크게 차이가 날 수 없다”는 통계청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