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역시 효자" 잇단 악재에도 선전
[삼성전자 3분기 실적]LCDㆍ정보통신 부진 영향 영업익 27%감소 2兆대로연말 수요증가ㆍ가격 회복 "4분기 실적호전" 자신
'반도체-효자, LCDㆍ정보통신-부진, 디지털미디어ㆍ생활가전-연속 적자', 분기 수익 3조원 달성 실패.
삼성전자가 15일 발표한 3ㆍ4분기 경영성적표는 이렇게 요약된다. 반도체가 41%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지만 나머지 사업 분야의 실적부진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올들어 처음 2조원대로 떨어지는 등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경쟁과열, 국내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ㆍ4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것을 비롯, 매출과 이익 실적이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잇단 악재로 수익 증가율 저하=삼성전자의 3ㆍ4분기 매출은 14조3,493억원으로 전 분기(14조9,795억원)보다 4.2% 감소했지만 올들어 3분기 연속 14조원대의 분기실적을 올렸다. 수출실적도 104억달러로 2분기 연속으로 100억달러를 돌파, '한국 수출의 대표주자'란 이름에 걸맞는 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수익률 저하다. 삼성전자의 지난 3ㆍ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27%나 줄어든 2조7,423억원에 그쳤다. LCD와 정보통신 부문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다. LCD의 경우 대형패널 가격의 급락으로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72%나 줄어든 2,250억원에 그쳤고 정보통신 역시 마케팅 비용의 증가와 수요부진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 분기 8,000억원대에서 6,016억원으로 24.8%나 떨어졌다. 디지털미디어와 가전 부문 역시 국내 수요침체로 각각 330억원과 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반도체는 D램 가격의 안정세와 낸드플래시 가격하락이 불러온 수요증가 등에 힘입어 1조9,4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 분기보다는 소폭 떨어졌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71%를 차지하면서 효자노릇을 해냈다.
주우식 IR팀 전무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제품 차별화와 앞선 기술력, 낮은 원가 등을 바탕으로 안정된 이익구조를 보임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전 분기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3ㆍ4분기에 2조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4ㆍ4분기 실적 호전될 것"=삼성전자는 연말을 앞둔 4ㆍ4분기에는 3ㆍ4분기보다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 전무는 "경영환경이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4ㆍ4분기에도 특유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호한 수익구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반도체의 고수익률 행진과 함께 3ㆍ4분기 실적악화의 주요인이었던 LCD 부문 역시 가격하락에 따른 수요창출과 연말 계절적 수요 등을 바탕으로 가격 하락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경우도 최고급 사양의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충분히 선전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한편 주 전무는 "안정적인 이익창출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1조2,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을 최근 1,000억원까지 줄인 반면 현금유동성은 8조5,000억원에 달하고 있다"며 그동안 계획해온 '무차입 경영'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이진우 기자 rain@sed.co.kr
입력시간 : 2004-10-15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