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변한것과 안 변한것

제헌절 연휴를 이용하여 오랜만에 시골을 다녀왔다. 올때 갈때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가서는 렌터카를 이용했다. 많이 편리해져 우리나라도 참 좋아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옛날엔 시골에 내려가면 짜증스럽고 불편했는데 어느새 인프라가 깔리면서 많이 바뀐 것이다.몇년 전 도쿄(東京)에서 살 때 일본의 시골에 가보고 참 편리하게 돼 있구나 하고 부러워 했는데 우리도 어느새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이다. 값은 좀 비쌌지만 우등 고속버스는 넓고 쾌적했다. 구태여 승용차를 가져갈 필요가 없었다. 현지에 도착하니 미리 연락해 둔 대로 렌터카가 나와 있었다. 차를 받아 하루 동안 잘 쓰고 다음날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넘겨주었다. 아직 전국적으로 체인화가 안돼 빌린 장소에 와서 돌려줘야 하는 것이 흠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옛날보다 깨끗하고 친절했다. 음식도 다양했다. 아마 경쟁 탓인가 보다. 그러나 상품들은 빈약했다. 남원 지리산 자락에 도착하여 지리산 스위스관광호텔이라는 곳을 들렀다. 규모는 작았지만 시설도 좋고 깨끗했다. 주인이 직접 나서 주차정리도 하고 음식도 챙기기 때문인지 시골 특유의 느슨한 분위기가 없고 정갈했다. 당장은 수지가 안맞지만 길게 보고 하는 것이란다. 지리산 자락까지 이런 호텔이 들어서는걸 보면 경제 밑바닥에 새싹이 많이 돋아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리산 속의 음식점들도 때깔을 벗어 무언가 특색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젠 기동성이 좋아져 평판에 따라 손님이 들기 때문에 나름대로 잘하는 것이 있어야 한단다. 지식경제가 지리산 골짜기까지 벌써 침투돼 있는 것이다. IMF 사태다 하여 온세상이 어지러운 것 같지만 그래도 밑바닥엔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왕성하고 그래서 어제보다 나은 세상으로 급격히 개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 서울집에 도착하여 9시 뉴스를 켜니 또 다시 답답해졌다. 여전히 그 타령이 그 타령들이다. 온세상이 바뀌고 있는데도 바뀌지 않는 데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혁은 앞장서서 외치니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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