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26일] 거품 & 거짓 보고서


2002년 4월26일, 메릴린치증권 코만스키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애널리스트가 쓰레기라고 여기는 주식을 고객들에게 매수 추천한 점에 책임을 느낀다’는 사과 성명과 함께. 애널의 보고서에 대한 공식 사과는 월스트리트 사상 처음이었다. 거짓 보고서 작성자는 헨리 블로젯(Henry Blodget). 이름없는 투자자문회사의 애널에 불과했지만 갑자기 혜성처럼 떠오른 인물이다. 비결은 주가예측. 1998년 12월 블로젯(당시 32세)이 주당 243달러인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주가가 1년 안에 4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다음날 19%나 치솟고 한달 만에 400달러를 넘어섰다. 메릴린치는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를 부사장급 연봉 외에 3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날개를 단 그가 분석 보고서를 발표할 때마다 주가도 춤췄다. 문제는 거짓 보고서를 양산했다는 점. 메릴린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형편없는 기업에 대해서도 매수추천을 남발했다. 블로젯의 꼬리는 동료들과 주고받은 e메일에서 잡혔다. 인터넷 버블이 붕괴할 즈음 시작된 뉴욕검찰청의 내사 결과 투자자를 오도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메릴린치는 회장이 나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블로젯과 메릴린치는 각각 벌금 400만달러와 1억달러를 물었다. 블로젯 파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업계 전반의 거짓 보고서 관행이 속속 드러나 2002년 12월 모두 14억3,500만달러의 벌금이 증권사와 은행들에 매겨졌다. 거짓 보고서는 이제 없어졌을까. 그렇지 않다. 업계에서 추방돼 개인 투자 사이트를 운영하는 블로젯이 남긴 말이 있다. ‘투자자들은 호재만 기다린다.’ 눈앞의 이익에 치중하는 투자심리가 거짓 보고서를 잉태한다는 얘기다. 어디 증시만 그럴까마는.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