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31일] 전경련 하계포럼이 남긴 것

28일부터 3박 4일 간의 일정으로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은 한마디로 잔치다. 기업의 최고 경영진과 임원들이 오전에는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관광 등을 한다. 일종의 여름휴가를 겸하며 공부와 휴식을 하는 행사다. 하지만 이번 포럼은 정반대였다. 개회사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포럼 개회사 문구가 발단이 된 것이다. 전경련은 단순히 경제계의 우려를 반영했다고 해명 했으나 이를 접한 정부나 정치권은 발끈했다. 급기야 최고 권력자인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전경련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조용한 휴가가 되어야 할 하계포럼은 개회사에 이은 MB의 발언으로 인해 떠들썩한 현장으로 바뀌었다. 사태의 원인은 우선 전경련의 치밀하지 못한 준비(?)에서 찾을 수 있다. 재계 대변자로 대기업의 입장을 전하는 것은 전경련의 임무다. 정말로 대기업 때리기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었다면 치밀한 내부토론과 소통을 거쳐 욕을 먹더라도 강한 멘트를 전했어야 했다. 하지만 전후결과를 보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멘트가 개회사에 포함됐고, 아울러 이 같은 멘트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도 예측을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회사에 발끈하며 전경련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친서민 정책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해도 재계 친목 행사에서 나온 개회사에 대해 최고 통수권자가 즉각적으로 반박한 것 자체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큰 임무 중 하나가 상생과 소통을 통해 국가를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정부나 청와대의 상생과 소통은 한 쪽만 보는 것 같다. 상생과 소통의 대상에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있고,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ㆍ부자도 있는 데 말이다. 이번 전경련 하계포럼은 상생과 소통의 단절을 보여준 것 같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작게는 회원사, 넓게는 사회와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청와대 역시 한쪽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고용창출과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전경련과 청와대 간 신뢰와 협조가 필수다. 이런 두 주체가 모두 이번 사태에서는 무엇을 잃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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