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으로는 보이지 않는 동안(童顔)인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반도체 총괄)은 26일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전자산업협회(EIA)의 기술혁신 리더상(The EIA Leadership in Technology & Innovation Award)을 수상한 데 대해 "개인적인 영광일 뿐만 아니라 세계 IT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무척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아직 IT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기술 미흡 등 완벽한 여건을갖추지는 못했지만 "무모할 정도의 모험심, 은근과 끈기등 한국인 특유의 강점으로 앞으로도 세계의 IT산업을 이끌어 갈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황 사장과의 일문일답.
수상 소감은.
▲ 개인적으로 영광스럽다. 무엇보다 세계 IT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인정한 것이 감격스럽다. 이번 수상으로 향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서의 삼성의 위상이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반도체 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기반 기술 등 갈 길이 아직 멀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은 시장을 만들어 가야할 시점이다. 개인에게 주는 상이지만, 수상자 선정의대부분의 비중은 삼성의 반도체 기술을 높게 평가한 결과이다.
핵심 경영전략은.
▲ '필사즉생 필생즉사' 로 전장에 나선 충무공처럼, 모험 감수(risk taking)가핵심 경영전략이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백성이 한다. 즉, 전쟁에 이기기위해서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나의 역할이다. 이처럼 미래산업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사업이라고 비상경영으로가져가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미래의 핵심 기술을 꼽는다면.
▲ 반도체 나노(Nano) 기술과 무선통신 기술의 융합이 미래의 가장 큰 기술이될 것이다.
반도체 주도권이 대만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 대만은 R&D 투자가 우리보다 약한 편이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부문 R&D투자만 2조 4천억원 규모였다. R%D 투자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대만과 우리는 확실한 기술력 차이가 있으며 대만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아직은 역부족이라고 본다.
메모리 산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시각도 있었는데.
▲ 2000년대 초반 PC 보급률 성장이 둔화되며,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들이 나왔었다. 그 때 (내가) 반도체 최고 권위 학회인 ISSCC에서 발표한 이론이 '메모리 신성장론'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사용 범위가 PC 시장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 휴대폰, 게임기, 디지털 가전제품으로 확대되면서, 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다.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대폭적인 시장 확대로 입증됐다. 그 시대를 미리 준비한 삼성에게는 좋은 기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기술인력 공급은 충분한가.
▲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 과학영재들을 키우는 방법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보다 전문화된 기술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삼성은 반도체 교육에 특화된 '맞춤형 교육'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KAIST와 성균관대 등과 진행 중이며, 앞으로 그 폭을 더욱 넓힐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모할 정도로 모험심이 많고 은근과 끈기를 갖고 있다. 또한 지기 싫어하고 동기 부여도 무척 잘된다. 이러한 한국인의 강점이 세계의 IT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북핵이나 한미관계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가.
▲ 해외 투자자설명회(IR)를 다닐 때마다 투자자들로부터 이에관한 질문을 자주받는다. 안보에 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북핵이나 한미관계는 비즈니스에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반도체 시장 전망은.
▲ 지난해에는 두 자릿 수 성장을 했으나, 올해는 5~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의 플래시메모리는 내년 말까지도 수요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