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브로커 김재록씨가 김대중 정부 시절 구조조정 사업을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구조조정의 최전선에 있던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좌불안석이다.
한나라당은 김씨가 권력의 ‘최정점’을 배경으로 삼아 캠코ㆍ예보 등 정부 산하기관의 ‘돈 되는’ 사업을 맡기 위해 각종 로비를 시도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씨가 국민의 정부 시절 정부의 구조조정 관련 사업을 거의 독식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김씨는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 재직 당시인 지난 99년 캠코가 보유한 4억7,500만달러 규모의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해외 부실채권 매각건을 수주한 데 이어 2000년에는 대우차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2001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자산부채 실사 및 현대석유화학 처리 실사, 경남기업 매각 등에 관여했고 대우조선 워크아웃과 대한화재ㆍ국제화재ㆍ리젠트화재 매각 자문사로도 참여했다. 김씨가 설립한 컨설팅 업체인 인베스투스글로벌도 2003년 대우상용차 매각 주간사 및 진로 외자유치 자문사를 맡는 등 구조조정 핵심사업을 사실상 ‘싹쓸이’했다.
캠코의 해외 부실채권 처리과정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계약서에 없던 성공보수 지급 배경 ▦아더앤더슨과 토털컴퍼니와의 하도급 계약 체결 문제 등 크게 두 가지다. 한나라당은 부실채권 매각건을 낙찰받은 아더앤더슨이 김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관련 있는 김모씨의 인척 한모씨가 사장이던 토털컴퍼니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캠코 측은 6인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업무수행 능력 및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해외채권관리위탁기관을 선정했으며 성공보수를 지급한 것은 해외 부실채권이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15개국에 퍼져 있었기 때문에 적용되는 법률체제가 상이해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보는 김재록 ‘불똥’이 떨어지기도 전에 보유하고 있던 단국대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단국대 부지개발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예보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860억원대의 단국대 부실채권을 공개 매각하지 않은 배경에 예보 직원과 S시행사 대표 강모(구속)씨 사이에 불법정황이 나타나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자료를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예보는 단국대 부실채권의 경우 관련업체들의 연쇄부도와 이해 당사자간 소송 등으로 회수가 어려워져 2001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채권을 공매했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된 것이라며 특정 업체에 매각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예보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당 채권은 법원의 판결로 앞으로 10년 동안의 소멸시효 기간이 남아 있다”며 “공자금 회수를 위해 다음달 중 공매절차를 통한 채권매각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