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가 수주 내로 반독점 관련 청문회를 처음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자유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에서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은 덩샤오핑이 개방경제를 선언한 후 의욕적으로 자본주의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같이 거대하고 진취적인 국가에서는 지역적으로 반(反)경쟁적인 정서가 퍼져 있다. 지역의 고위간부들은 중앙 정부의 뜻을 거스르고 새로운 기업의 지역경제 침투를 막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맺어 가족과 친지의 배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보호주의의 징후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주 칼라일은 중국 정부가 지분 85%를 소유한 건설회사를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 당국의 제지에 직면했다. 프랑스 기업의 중국 식품 업체 인수는 현재 당국의 반독점 심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바로 씨티그룹과 소시에테제네랄컨소시엄이 중국 광동개발은행 지분 85%를 인수하려다 당국의 규제로 20%만 인수하게 된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아직까지도 외국 자본의 은행 인수를 어떻게 하면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이는 마치 미국 행정부가 애틀랜타주에서 이뤄진 은행 합병을 간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공포한 ‘외국인 투자가의 중국 기업 인수합병(M&A) 규정’을 보면 이런 상황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이 규정을 통해 공산당이 외국 기업의 M&A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중국 기업의 해외 자금 유치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또 국무원은 마음에 안 드는 외국 기업과 중국 기업간 거래도 중지시킬 수 있게 됐다.
중국 규제 당국자들은 모호한 화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이 외국 자본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한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기존의 규제를 반복ㆍ강조하려는 목적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까지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중지된 M&A는 없으나 우려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이 규정은 중국의 모든 산업이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어떠한 M&A도 앞으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 국수주의에 더욱 몰입할 가능성에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