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기아차 "원칙대로"… 파업 대응 후진 없다

■ 계열사 사장단 회의<br>일반 정서 벗어난 노조 요구<br>수용땐 사회적 비난 불보듯<br>"올해부턴 물러나지 않을것" <br>브릭스 위기 선제대응도 논의


정몽구(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 파업 사태에 원칙 위주로 대응할 것을 계열사 부회장 및 사장단에 주문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시키는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어서 향후 현대ㆍ기아차 파업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의 파업 사태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해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적당한 선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고 노사협상을 마무리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원칙이라는 선에서 물러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는 그동안 노사협상 초기에는 원칙을 강조하다가도 생산차질이 커지면 슬그머니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고 서둘러 임단협을 마무리 짓고는 했다. 특히 임단협이 타결되면 합의에 대한 보상과 성과급의 성격이 섞인 '타결금' 명목으로 크게는 수천만원이 조합원뿐만 아니라 사무직 비조합원에게도 지급됐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원칙은 타결금 앞에서 유명무실해졌고 지금의 특권 노조 탄생에는 사측의 잘못된 대응도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했던 게 사실. 그러나 정 회장이 이날 올해 현대차 임단협, 기아차 임협에 대한 사측 대응 방향을 분명히 하면서 윤여철 현대ㆍ기아차 노무총괄 부회장, 윤갑한 현대차 울산공장장 사장 등 해당 경영진의 어깨가 무거워지게 됐다.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 수뇌부는 현대ㆍ기아차의 노사관계가 사업장 차원을 넘어 전국민의 관심사가 된 것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일반의 정서를 벗어난 요구를 수용할 경우 노조뿐만 아니라 사측도 거대한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지금 같은 기득권을 주장하게 된 데는 경영 측 책임도 상당하고 노조만을 탓할 시기는 지났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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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대ㆍ기아차가 품질 혁신 등 성과에 비해 국내 소비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노사관계 실패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한 대주주 경영자는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상당수 소비자들은 현대ㆍ기아차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느라 차 값을 비싸게 받고 협력업체 대금을 박하게 책정해왔다고 믿고 있다"면서 "사측이 원칙으로 대응해야 소비자와도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신흥국 금융시장 혼란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 대한 선제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릭스(BRICs) 국가는 현대ㆍ기아차가 최근 수년간 집중적으로 생산시설 신증설을 단행한 곳이어서 이곳에 경제위기가 닥칠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인도와 브라질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다 러시아의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에 그치는 등 중국과 함께 성장세 둔화가 뚜렷한 게 사실. 현대ㆍ기아차 판매 역시 7월 브라질에서 전년 동월보다 7.8% 줄었고 인도에서는 7개월 만에 3만대에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는 등 자동차 수요가 급랭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신흥국 시장 동향을 오랜 기간 예의주시해왔다"면서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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