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석유 선물價, 투기세력이 '쥐락펴락'?

"대형 투자銀 서브프라임 손실 만회위해 원유시장 개입"<br>미국 금융당국, 유가급등 배후로 골드만삭스등 조사<br>"수급 불균형 커지자 더 오를것" 기대감이 투기 부추겨


국제석유시장의 선물 가격이 글로벌 투기세력에 의해 춤을 추고 있다. 전세계의 석유수급 불균형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기를 부추기고 투기가 국제유가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금융감독 당국은 국제유가 급등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회사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며 증거를 찾고 있다. 지난 6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하루 사이에 배럴당 10.75달러(8.41%)나 급등하며 138.54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언급에 따른 원유수급 불안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보다 투기성 자금이 대거 석유시장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최대 석유선물거래업체인 에너지셀렉트SPDP에 따르면 이날 하루 평상시의 두 배인 4,700만주가 거래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석유매수 거래량이 폭주한 것은 유가가 꼭짓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한 많은 펀드들이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해 숏포지션(매도) 주문을 냈다가 유가가 치솟자 큰 손실을 보고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한꺼번에 롱포지션(매수) 주문을 냈기 때문이다. 이날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오는 7월 중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후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고 국제유가는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어 다음날 미국 실업률이 5.5%로 급상승하자 달러 약세가 가속화했으며 이에 국제유가에 숏포지션을 취한 펀드들이 대거 롱포지션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국제유가 급등은 지난 5월19~21일에도 발생했다. 국제유가 급등의 배경에 투기꾼이 있다는 점은 그동안 석유생산국기구(OPEC)가 제기해왔지만 최근 미국 당국은 물론 헤지펀드의 대부도 인정하고 있다. 한때 아시아를 통화위기로 몰아넣은 투기꾼으로 지목된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3일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국제유가는 거품의 환상 때문에 급등했다”면서 유가상승의 원인으로 투기자본을 지목했다. 그동안 달러 하락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는 금이 꼽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투자자들은 금 대신 달러화 가치와 전혀 상관없는 석유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따라서 올 들어 달러가 유로화에 대해 6%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무려 44% 급등하는 투기장세를 형성했다. 미국의 감독당국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해 말부터 석유선물시장에서의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의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불투명한 스와프 거래 등으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고 최근 WSJ가 보도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입은 손실을 원유시장에서 만회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투자은행들의 즉각적인 반론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국제유가의 초강세를 점쳐왔고 원자재시장의 투자규모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는 점을 들어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국제유가가 7월4일까지 배럴당 150달러에 다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를 주장하며 국제유가가 2010년까지 배럴당 200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냈고 이후 국제유가는 줄곧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와 관련, 미 공화당의 버트 스튜팩 하원의원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이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조작에 의한 것”이라며 “현행 법의 허점을 이용해 기관투자가들이 선물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유가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CFTC는 최근의 조사자료를 근거로 다음주 중 워싱턴에서 세계 각국 규제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적인 투기근절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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