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통 않는 '소통 정치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최근 원내 입성 후 처음으로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여야에 공식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기자회견 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특검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 재석 과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원내 제1ㆍ2당이 반대하고 나섰으니 현 상황에서 안 의원이 제출할 특검법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제로’다. 신당 창당을 준비해온 안 의원이 사실상 ‘이슈 선점’에 실패함에 따라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안 의원의 특검 제안이 거부당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스스로 소통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안 의원은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서명을 받아 특검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새누리당과는 사전에 일체의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그나마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는 유선으로 한 차례 법안 제안 취지를 설명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새누리당도 최근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 설득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소속 정당이 없는 안 의원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특검 도입을 제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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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의 소통능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전격 사임하면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 안 의원과 반복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변화는 없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다른 어느 정치인보다 ‘소통’을 강조해왔고 또 이를 자산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일반 국민들과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높은 지지율을 이끌어 냈으며 국회 입성 후에도 현장 간담회 등을 연이어 개최해 ‘소통 정치인’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런 안 의원이 법안을 제출하면서 다른 의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나홀로 행보’를 이어간 것은 분명히 모순적이다. 안 의원이 특검 법안을 제안하며 여야에 강조한 ‘소통을 통한 통합의 정치’는 본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임을 다시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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