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서울에 남아있는 옛 시간의 흔적

■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조한 지음, 돌베게 펴냄)


갑자기 약속시간이 변경돼서, 버스를 놓쳐서 혹은 잘못 타서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두리번거린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하릴없이 주변을 살피다 문득 기시감(旣視感)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물며 한 때 살았거나, 빈번히 드나들던 곳이라면 그곳에 쌓은 시간들이 추억과 함께 밀려올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얘기다. 저자가 인용한 베르그송의 말처럼 '시간은 곧 기억'이고, 기억한다는 것은 그 시간의 단면을 저마다의 각도로 자르고 들여다보는 일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온 이 40대 중반의 건축가가 10대를 보낸 강남, 20대를 보낸 홍대 앞 등의 거리와 동네를 낯설게 돌아본다. 미국에서 보낸 30대의 간극 탓인지, 아니면 천직이 된 건축가로서의 시각 탓인지. 세월 속에 완전히 그 모양과 기능이 바뀌었지만, 뜯어보면 여전히 남아있는 시간의 흔적들을 더듬으며 서울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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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얘기하는 곳은 대학시절 작업실이 있던 홍대 앞. 서울화력발전소로 석탄을 나르던 철길이 용도폐기되며 그 자리에 생긴 '서교365'. 가난한 청춘들이 배를 채우던 먹자골목이 사라지고 하나 둘 생겨난 음식점과 가게들, 그 사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작업실과 문화공간들. 그는 사진과 스케치를 통해 옛 흔적을 찾아내고 복원하고 상상한다.

이어 '근대사를 관통하는 주거학의 보고'라는 경복궁 옆 서촌을 돌아보고, 인사동과 정동길을 지나 신사동 가로수길로 흘러간다. 이제는 과거의 영화를 상상하기도 힘들만큼 허름하게 잊혀져 가는 낙원상가와 세운상가, 그리고 국내 최초의 아파트 '충정아파트'를 돌아본다. 과거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윤동주문학관과 선유도공원의 의미도 짚어본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청사와 잊혀진 환구단을 아쉬워하는 모습 속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1만6,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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