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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윤의 배구팡>(9)잘나가는 ‘레오’의 아킬레스건은?

정작 ‘트리플크라운’은 하나도 없어



안타를 기대하고 내보낸 선수가 만루 홈런을 쳤다면 기분이 어떨까. 요즘 삼성화재는 그 기분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프로배구 개막 전 삼성을 우승으로 이끈 가빈 슈미츠가 떠나고, 그의 뒤를 이을 ‘포스트가빈’은 누가 될 것인지에 팬들의 관심이 주목됐다. 그 후보로는 레오(본명: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23)보다는 LIG의 오레올 카메호 드루티(26·쿠바)가 지목됐었다. 카메호는 쿠바 국가 대표출신으로, 브라질 슈퍼리그에서도 이미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레오는 카메호의 그늘에 가려 별로 주목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카메호는 팬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가 훌륭한 배구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지만, 한국 배구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이 그의 큰 약점이 됐다. 그는 결국 그의 이름값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아쉽게 한국 배구를 떠났다.

반면, 레오의 활약은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득점, 공격종합, 오픈 공격, 시간차 공격, 후위 공격, 퀵오픈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서브 역시 만만치 않다. 대한항공의 마틴에 이어 2위다. 레오는 ‘에이스’라는 명함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보여줬다.


이렇게 승승장구(乘勝長驅) 한 레오이지만, 그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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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트리플크라운 복(福)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리플크라운은 한 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후위공격, 블로킹 각각 3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에게 상장과 상금 100만원을 수여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로컬규정이다. 올 시즌 가스파리니와 마틴이 무려 다섯 번을 성공시켰고, 까메호, 다미, 안젤코 역시 한번씩 달성했다.

용병 중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레오 한 명뿐이다. 레오는 매번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결과는 늘 트리플 크라운 ‘급’활약이었다.

정규리그 동안의 트리플크라운 달성 실패의 원인은 블로킹이었다. 매 경기 강한 서브와 후위공격을 내리 꽂았지만, 블로킹 개수가 부족했다. 실제로 레오는 정규리그 30경기에 출장해 상대팀 공격을 43번 밖에 막아내지 못했다. 그가 2m6의 최장신 선수임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그랬던 레오가 이번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늘 모자라 문제가 돼왔던 블로킹 개수를 채웠다. 그러자 당연히 레오의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뒤따랐다.

이제 후위공격 득점과 서브득점 기준만 충족한다면 기대하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레오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 날 레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서브였다. 블로킹과 후위공격 득점까지 완성시켰지만 아쉽게도 서브가 단 1득점에 그쳤다. 결국 레오는 또 한 번 트리플크라운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제 관심은 과연 남은 경기 동안 레오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해 팀의 우승은 물론 자신의 개인기록까지 챙길 수 있을지에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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