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개혁 정면돌파도 좋지만…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재벌개혁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천명,재계와의 마찰이 불가피하게 됐다. 노 당선자는 재벌개혁 과제는 흥정이나 시비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 최근 들어 일고 있는 일부의 속도조절기류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출자총액 제한 제도ㆍ증권 집단소송제ㆍ상속 및 증여세 포괄주의 등 3대 재벌개혁 조치를 경기상황에 관계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노 당선자가 이번에 분명히 한 3대 조치는 재벌개혁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그 동안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도입하려는 이 같은 정책에 대해 기업경영과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반대의사를 나타냈었다. 인수위 내부에서도 재벌개혁의 원칙으로 점진ㆍ장기ㆍ자율 등의 주장도 제기됐으나 노 당선자의 발언으로 강도 높은 추진방침이 확인된 것이다. 현정부에서는 새 정부의 상속 및 증여세 포괄주의 정책의 조기 도입을 위해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속 및 증여세 개정 추진위원회`를 구성, 이미 법 개정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주의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재벌개혁은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범 초에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정권공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재벌개혁을 이룩한 정권은 현 `국민의 정부`를 제외하고서는 없다시피 한다. `국민의 정부`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에서는 개혁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았으나 정권후반에 접어들면서 재계에 밀리기 시작, 오히려 성과가 퇴색한듯한 느낌이다. 재벌개혁이 기업경영과 맞물려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다. 쇠뿔을 고치려다 자칫 소를 죽이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대정권이 재벌개혁에 실패한 것도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무리수가 나오게 되고 이는 기업경영을 위축시켜 후퇴하는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노 당선자의 재벌 개혁조치는 원론적인 면에서 공감이 간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관점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시행시기다. 지금은 실물경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중동전 발발 가능성에 따라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원화강세로 수출환경이 예사롭지 않다. 기업마다 비상이 걸린지 오래다. 경기도 IMF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 개혁과 경기는 무관하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으나 시기도 좋지 않을 뿐더러 방법도 그렇다. 재벌개혁은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 당선자의 개혁의지만 확고하다면 임기 중 어느 때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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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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