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企부실 예상보다 심각" 신속 처방

은행권 논의 열흘만에 구체 실행방안 마련

은행권이 중소기업 공동 워크아웃에 착수한 것은 중소기업 부실 문제가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를 뒤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권이 공동 워크아웃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지 불과 10일 만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은행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협약 위반 채권은행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강제성’을 부여한 것 등은 중기부실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신용대란까지 야기시킨 가계부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는 이와 관련,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3%를 넘었는데 미국이 2.8%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연체율의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사전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이 같은 방안이 실효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은행권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겠다는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부실채권과 연체율을 줄이기 위해 대출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149조9425억원으로 전월보다 5225억원 줄어든 데서도 이 같은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또 중기 공동 워크아웃에 제2금융권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지만 실제 이들의 참여율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은행권, 단계별 기업회생프로그램 구축=이번 협약의 제정으로 금융권은 ▦채무액 50억원 미만 중소기업은 개별은행별로 자체 프리 워크아웃 실시 ▦채무액 50억~5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은 금융권 공동 워크아웃 ▦채무액 500억원 이상 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적용(채무감면ㆍ금리인하ㆍ만기연장 등 채무재조정) 등 단계별 기업회생프로그램을 구축하게 됐다. 일단 제도상의 기업회생프로그램은 모두 다 갖춘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공동 워크아웃의 프로그램의 경우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오던 중소기업 워크아웃 작업을 시스템화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번 협약에서 은행권은 중소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이 바로 채권은행 자율협의회를 소집하고 내부 의사결정 등을 거쳐 공동관리방안을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협약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은행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만 공동 워크아웃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다. 김중회 금감원 부위원장도 “협약이 개정됐어도 ‘실적’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채권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제도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워크아웃의 경우 각 은행권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대출은 대기업과는 달리 대부분 담보대출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기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융기관들은 즉각 담보를 회수하고 있는 게 실상이다. 때문에 돈을 거의 떼일 염려가 없는데 은행들이 일정 부분 위험부담을 해가면서까지 워크아웃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명준 채권은행 상설협의회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중소기업 워크아웃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든 것이 가장 큰 의의”라며 “실제로 어떤 기업이 워크아웃을 적용받아 회생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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