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9일] 검찰 '칼'만 휘두를 건가

‘검찰의 꽃’ ‘모든 검사의 로망’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전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외환은행 헐값매각사건에서 주요 핵심 내용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헐값매각이 아니며 론스타 측의 대정부 로비도 없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는 1심 법원의 판단이고 검찰도 항소입장을 분명히 하는 만큼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 스스로도 의욕이 꺾이는 결과임에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 발표한 공기업 수사결과도 마찬가지다. 전국 검찰이 매달려 공기업 30여곳의 비리를 적발해 7명의 CEO를 사법처리하고 250명을 기소했지만 “잘했다”보다는 그동안 들인 노력에 비해 “결과가 너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력 핵심의 연루의혹 등도 꾸준히 제기됐지만 말단 직원들의 비리 적발에만 그친 것이 좋은 예다. 심지어 중수부가 기소한 한 공기업 간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최근 검찰은 ‘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을 전방위로 압박 수사하고 있다. 나아가 전 정권시절 인수합병(M&A)한 기업들을 검찰이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고강도 수사의지가 감지된다는 미확인 소문도 돌고 있다. 검찰이 거악(巨惡)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주어진 역할이고 운명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나 공기업 비리 수사와 같이 ‘무과실’의 전철을 밟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현직 검찰 최고위의 한 인사는 얼마 전 사석에서 “대검 중수부로 취합된 첩보내용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다고 해도 성공확률은 50% 미만”이라며 수사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내비친 적이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검찰이 내놓는 결과도 없이 시끄럽게 ‘칼’만 휘둘러댄다면 국민들의 불안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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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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