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업가치를 실현하려면

안창희 한화증권 대표이사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에 의문을 품게 된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1ㆍ4분기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뒀고 한때 주식시장은 1,000포인트를 달성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차이나 쇼크에 이은 여러 대외 악재가 휘몰아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700포인트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아직도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식시장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대외 악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1배 수준으로, 2000년 이후 평균 PER 9.9배의 3분의2 수준으로 낮아졌다. 우리 주식시장이 기업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에 유가를 비롯한 외부요인이 주가를 압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근본적 이유는 우리 시장 내부에 있다. 우선 국내 증시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42%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해외요인이 조금만 악화돼도 외국인 매도가 출회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국내 투자자의 기반은 상당히 약하다. 투신사 수익증권의 만기가 단기 위주로 돼 있어 시장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개인투자자 역시 오랜 증시침체로 주식을 장기투자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순매도액이 24조원에 달했고 투신사 주식형수익증권 역시 8조원이나 감소했다. 기업의 미래성장성이 떨어진 점도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기 시작하더니 최근 두달간은 5% 이상 줄어들었다. 기업의 투자위축은 시차를 두고 성장성 둔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투자자들은 현재 이익보다 미래에 이익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려면 각 주체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간 우리 기업의 이익과 투명성이 향상됐음을 인지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기반을 구축했고 지배구조를 개선했으며 회계의 투명성도 확보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제 주식이 적절한 투자대상이 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업은 주주들에게 성장가능성을 제시해 지금의 높은 이익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이와 병행돼야 하는 것이 수요기반 확충 작업이다. 이는 정부의 몫이다. 미국식 기업연금제도 도입 등 장기적인 수요확충 노력이 성공한다면 우리 시장은 기업가치를 빠르게 반영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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