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미술학도 향한 꿈엔 장애없죠"

수능치른 뇌성마비장애인 김경아·이현정씨

김경아(37)씨와 이현정(30)씨

“늦었지만 대학에 들어가서 미술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17일 뇌성마비 장애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인 종로구 서울경운학교에서 어려운 신체조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가의 꿈을 이루려는 김경아(37)씨와 이현정(30)씨는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이날 언니 김미현(38)씨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시험장에 모습을 나타낸 김씨는 10년째 왼쪽 발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예비 구족(口足)화가. 생후 3개월 만에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은 김씨는 만화를 잘 그리던 작은 언니의 어깨 너머로 그림을 배웠고 지난 92년 상계동 뇌성마비 복지관에서 처음 붓을 잡은 뒤 동양화에 빠져든 상태. 중간에 ‘뇌성마비로 잘 할 수 있겠냐’는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룰 테니 한번 믿고 밀어달라’는 내용의 글을 발로 직접 써 허락을 받은 뒤 지금은 장애인 그림동호회인 ‘화(畵)사랑’ 회원으로 활약하며 그림에 몰두하고 있다. 김씨는 “이제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한 지 석달밖에 안됐다”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씨와 함께 ‘화사랑’에서 활동하는 이씨도 뇌성마비 1급 장애가 있지만 김씨와 달리 입으로 그림을 그린다. 생후 몇 개월 만에 장애를 얻어 온 몸을 쓸 수 없게 된 이씨는 8년 전 성당을 다니면서 알게 된 모임을 통해 그림을 처음 시작했지만 손발로는 붓을 잡을 수 없어 입에 붓을 물어야 했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비장애인이 그린 그림보다 못하다고 여겨질 때가 많았고 그 때마다 남몰래 좌절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러나 이씨도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접지 않았고 결국 올해 고졸검정고시와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수능시험을 치르게 됐다. 이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싶다”며 “나중에 구족화가협회에도 꼭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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