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하려면


박근혜 정부는 생산자단체 중심의 조직화ㆍ규모화ㆍ계열화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만족하는 유통구조’를 5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평균 유통비용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방향이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은 농산물 자체의 특성과 많은 유통주체로 인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생산자도 전국에 산재해 있지만 소비자는 전국민이기 때문에 유통수요 역시 배가될 수밖에 없다. 매번 거론되지만 유통혁신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인 것이다.

기상장비 보강 농업 관측력 높여야


유통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먼저 농업 관측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일반 상품유통의 경우 날씨가 큰 의미가 없지만 적어도 농산물에서는 기상이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수요는 일정한 반면 공급은 기상여건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시장 특성 때문이다. 2010년의 배추값 파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9년 작황이 좋아 배추밭을 갈아엎은 반면 2010년에는 한 포기에 1만5,000원으로 급등하면서 대통령의 식탁에서 배추가 내려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다시 2011년에는 작황이 좋고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배추밭을 또다시 갈아엎어야만 했다. 악순환은 2012년까지 반복됐다. 노지 재배가 많은 과채류의 경우 기상변화는 가격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결국 기상예측만 가능하다면 미리 비축해둘 수 있고 수입선도 다변화할 수 있다. 또한 농작물 보험가입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해둘 수 있다. 농업인이 간절히 원하는 바는 기상변화에도 일정한 수입을 확보하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과학적 기상관측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시설장비에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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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유통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직거래 제도 활성화는 역대 정권에서 몇 차례 제시됐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농산물 유통에는 영세한 생산자 농민부터 산지 수집상ㆍ도매시장ㆍ중도매인ㆍ생산자단체ㆍ소매상ㆍ소비자 등 다양한 유통주체가 제도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유통주체의 생계와 직결돼 있어 변화와 소기의 성과를 얻기까지는 상호이해와 정책적 일관성이 중요하다. 단기 성과보다는 시행 중 단점을 보완하고 정착될 때까지 지지가 필요하다. 최근 생산자단체 중심으로 한 산지 조직화의 진전은 그 열매의 일부로 봐야 한다. 아울러 직거래에 대한 지나친 환상도 버려야 한다. 휴대폰공장 직원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자는 논리인데 전문화와 분업화가 특징인 현대 산업사회에서 유통은 제품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패러다임이다.

단기성과보다 일관성 있는 정책 필요

상존하는 수급불안 요인의 통제도 필요하다. 농가경영주 평균연령 64세에 평균 경지면적1.4㏊인 영세소농은 정책의 한계로 작용한다. 전국적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구조는 유통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모화와 농가 조직화를 어렵게 한다. 농가의 경작면적과 파종ㆍ수확시기를 파악ㆍ관리하고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작업은 통계가 기본인데 물량 파악이 쉽지 않다. 아울러 25% 이상으로 추정되는 산지 수집상의 거래행태 역시 투명하게 관리돼야 할 요인이다. 당장은 농산물 유통주체의 다양화를 통한 경쟁보다는 관리 가능한 주체를 통해 예측 가능한 생산과 유통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래야 산지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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