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源河 증권부 차장지난해 미국에서 개봉돼 화제를 모았던 영화 「아폴로 13호」를 이번 설연휴기간중 TV에서 뒤늦게 봤다.
이 영화는 1970년 4월 발사된 아폴로 13호가 달로 가던중 산소탱크내 코일 결함으로 인해 폭발이 발생, 전력과 산소를 잃고 천신만고끝에 지구로 귀환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는 두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우선 「실패」를 소재로 삼았다는 것. 아폴로 13호는 당초 달에 착륙할 계획이었다. 폭발사고로 인해 착륙을 포기한 것은 가장 큰 목표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자세가 영화에 담겨있다.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기조차 거부하는 우리 주변 상황과 대비된다.
두번째, 더 중요한 것은 실패를 딛고 「성공적 귀환」으로 전환시킨 과정에서 나타난 리더십이었다.
영화에는 리더가 두명 나온다.
우주선에 한명, 그리고 우주선을 관제하는 휴스턴 나사(NASA) 관제소에 한명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 우주선 선장(톰 행크스 분)이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관제소 현장 지휘자(애드 해리스 분)였다.
관제소 지휘자는 평시엔 시나리오대로 정해진 일밖에 따로 할일이 없었지만 위기상황이 되자 모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가 제일 먼저 내린 결정은 우주선이 현 위치에서 지구로 바로 귀환할 것인지 아니면 이미 80% 가량은 달에 다가갔으므로 달의 중력 궤도를 돌아서 그 탄력으로 지구로 회항할 것인지였다.
산소와 전력을 잃고 헤매는 우주선의 상황파악을 지시하고 그에따라 전력소모가 많은 기기의 작동중단을 명령한 것도 그였다. 달착륙선의 동력을 이용한 우주선의 궤도수정도 지시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그의 독단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모아놓고 의견을 들었다. 대부분은 전문가집단의 꼭두각시처럼 그들 의견을 집행할 따름이다.
리더의 진가는 전문가들끼리 의견이 엇갈릴때 나타났다. 그는 모든 사항에 대해 전문가 만큼의 전문지식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일의 경중을 따지고 완급을 가려 주어진 제약(시간)속에서 목적달성(우주선의 지구귀환)을 위해 어느 의견을 따라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오는 21일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다. 청와대는 「많이 아는 대통령」모습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金대통령의 전문가적 소양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나 대통령이 경제수치 등 지나치게 미시적분야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리더의 몫은 판단이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