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스템통합업계 여성파워 막강

여성인력 비중 15~20% 임원도 속속등장SI(시스템통합)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전통적으로 여성파워가 위력을 떨치고 있는 분야다. 80년대 대학가에서 전산학과의 인기는 상당했다. 물리적인 힘보다는 논리와 지식이 앞섰던 전산학과에는 다른 이공계 학과에 비해 여학생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다. 90년 들어서는 21세기 지식산업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력수요가 급증했다. 지금까지 전산학과는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쉬운 통로로 인식되기도 했다. SI업계는 업종 특성상 소프트웨어(SW) 기술인력 비중이 80%나 돼 남녀간 능력차가 없는데다 여성의 섬세한 일처리가 장점이 되기도 한다. 여성 관리자들은 프로젝트 매니저, 시스템 엔지니어,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컨설턴트,연구원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전체 업계의 여성인력 비중은 15~20%에 달하고 여성 임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관리자급(과장 이상)의 여성은 124명(8.5%)으로 우리나라 대기업 평균(4%)의 2배가 넘는다. 여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SI업체는 LG CNS로 전체직원 5,301명 가운데 21.4%인 1,135명이 여성이다. LG CNS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여성 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이터치사업본부 이정선차장(39), 금융사업본부 김미숙차장(38), 컨설팅부문인 앤트루 황화정팀장(34)이다. - 여성들을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이 과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나. ▲(김 차장) 지난 85년 LG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당시에는 여사원들만 유니폼을 입고 차 심부름도 했던 기억이 난다. 대리 진급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팀장들이 여자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원하는 부서에 배치되지도 못했다. 당시에는 남녀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면 남자동료들이 오히려 성차별이라고 말할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제는 남녀 상관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해졌다고 생각한다. - 조직생활에서 여성들이 약한 부분이 있다면. ▲(황 팀장) 좀 더 적극적으로 회사생활을 했으면 한다. 여자들은 자기가 맡은 업무외에 부가적인 일을 지시하면 겁부터 먼저 내는 경우가 있다. 또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기보다는 팀장이 어떤 일을 지시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오히려 먼저 팀장을 찾아가 자신의 강점을 알릴 필요도 있다. 팀장들이 후배사원을 찾아다니며 일을 맡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이, 노래방에서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최고다. (이 차장)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남자들에 비해 약하다. 팀장급 관리자들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고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여자 상무가 2명씩 배출된 LG CNS 내부에도 이러한 커뮤니티가 없다. - 조직관리에 여자 팀장이 유리한 때가 있나. ▲(김 차장) 여자 팀장들은 남자들처럼 밤새 술을 마시며 팀을 융화시킬 수는 없다. 처음에는 이것도 고민거리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자상함과 친밀감으로 팀원들을 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터득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100명이 넘는 팀원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나서니 마음이 더 편해졌다. 리더십이란 팀원들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각개인들의 목표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 팀장) 조직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여성들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여성들이 외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고 프리젠테이션도 남성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또 여성들이 아직은 소수이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능력을 발휘하면 쉽게 눈에 뛰어 인정받기도 쉽다. 여자들도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다. - 여자후배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김 차장) 여자를 위한 회사의 '배려'에 유혹당하지 말아야 한다. 시스템 개발은 여자라서 못할 일은 없다. 이런 특별한 대접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자신의 업무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할 수 있다'며 자신있게 적극 나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차장) 쌍둥이를 출산했다. 출산휴가 후 회사에 복귀했을 때 평가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감정적으로 여자이기 때문에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지금 팀장이 돼 보니 오히려 평가자의 입장에 서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멀리 바라보고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해야만 한다. 지금은 그때의 쌍둥이 출산이 생산성 200%라고 말한다.(웃음) (황 팀장) 결혼, 출산 등 여자들에게는 일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남편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좋은 해결방안이 생긴다. 장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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