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기관 부실채권정리 특조법 추진의미

◎“금융부문 「산업 합리화」 조치”/“더 방치땐 금융·산업 동반추락” 판단/방만경영 개선 등 자구노력 선행돼야정부가 제정키로 한 금융기관 부실채권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한마디로 금융부문의 산업합리화조치로 평가된다. 정부의 지원없이는 국내금융기관이 개방시대에 자력갱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허약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예견돼 왔고 한두번 지적된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적된 상처가 덧이나 수술을 하지 않고는 견뎌내기 힘든 상황이 갑자기 닥쳤기 때문이다. 한보, 삼미의 연쇄부도와 진로그룹의 위기는 바로 금융기관의 위기다. 특혜금융과 문어발식 영업형태로 성장한 산업자본은 그동안 은행빚은 얻어 땅을 사놓고 공장을 지으면 영업을 못해도 부동산가격상승으로 장부상이익을 내며 생존할 수 있었다. 은행도 담보로 챙겨놓은 부동산가격이 오르면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속은 곪았은데 겉모습은 멀쩡했던 셈이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개방화에 따른 경쟁격화로 손실이 급증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쳐 철옹성처럼 여겨지던 재벌그룹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막바로 그 부담은 금융권에 전가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구조적경쟁력약화에 따른 경영위기에 부동산거품마저 꺼짐에 따라 이를 근거로 한 재벌의 붕괴가 시작되고 사상누각을 담보로 대출행위를 하던 금융기관의 위기로 연결되는 산업과 금융 양부문에서의 동반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한보의 경우 장부상으로는 담보가치가 충분한데도 금융기관의 부실규모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실정이 이같은 상황을 설명해 준다. 그동안 부실채권을 감당해 오던 은행들이 더이상 자금지원을 할 수 없게 되자 종금, 보험, 증권 등 제2금융권도 견뎌내기 힘들게 됐다. 진로에 대한 자금지원을 놓고 금융권간 같은 업종의 개별회사간에 이견이 발생하는 이유도 금융기관이 그만큼 존망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당초 은행의 부실채권정리방안을 마련하던 정부가 대상을 전금융기관으로 확대, 특별법까지 마련키로 한 배경이다. 물론 그렇다고 국내 금융기관이 몰락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정부는 국내금융기관의 도산은 방치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은행 등 외국금융기관의 국내진출규제가 사라지고 있어 본격적인 경쟁에 앞서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닥칠 위기를 미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배경이야 어떻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는 필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특혜시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지원에 앞서 금융기관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막대한 부실규모와 영업성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급여는 최근 수년동안 급상승, 모두 비슷한 수준의 고임금을 유지하고 있다. 성업공사의 부실채권매입과 자산매각 등에 각종 세제혜택을 줄 경우 결국은 국민부담이 된다. 방만한 인력운용, 수익과 관계없는 실적위주의 영업형태, 인사체증해소를 위한 계열사설립 등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들을 스스로 개선해야지 각종 지원이 설득력을 가진다는 지적이다.<최창환>

관련기사



최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